(이데일리리포트)관행이니까

  • 등록 2003-10-09 오후 7:02:54

    수정 2003-10-09 오후 7:02:54

[edaily 김수헌기자] 돈(정치자금)먹은 정치인과 돈을 갖다바친 기업 이야기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정치권은 "음모"가 개입됐다고 주장합니다. 재계에서는 "돈을 갖다준 기업에게 누가 침을 뱉을 수 있겠느냐"며 한국적 현실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해당 기업은 할 말이 많은 눈치지만, 법을 어긴 "죄인"이라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SK 비자금"사건을 산업부 김수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최근 가까운 한 기업체 임원이 이른바 "촌지"를 제공한 적이 있다고 실토한 적이 있습니다. "촌지를 왜 돌립니까" "사실 꼭 돌릴 필요는 없는데...워낙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해 오던 게 되나서, 관행을 끊자니 찜찜하고..." "찜찜하다뇨?" "촌지 안돌린다고 누가 뭐랄 것이 아니다 싶지만 옛날부터 내려오는 관행이기도 하고. 보험같다고 할 수 있지. 정치권이나 언론계가 우릴 죽일려고 작정하면 우리만 피곤해지니까"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최근 사회 이슈화되고 있는 "SK 비자금" 사건 때문입니다. 아마도 기업들에게는 법의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정치자금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오랫동안 습관화되어서 이제는 끊기 어려운 관행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마치 촌지를 돌리지 않으면 찜찜하고 허전하다는 임원을 말처럼. 기업들에 정치권이나 언론계에 이런 음성적인 촌지를 돌리는 건 한국적 현실일 겁니다. 언론과 정치권이 입맛에 따라 기업을 애매하게 괴롭힐 수도 있고, 별 거 아닌 걸 가지고 잘한다고 키워줄 수도 있다고 기업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정치권력에 밉보였다가 망한 기업들 이야기가 흔합니다. 이미 사라진 그룹 중에도 경영잘못이나 부실탓보다는 정권이 죽일려도 작심했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하는 곳도 있습니다. 총수가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려고 했다가 또다른 정치권력에 의해 고전하면서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었던 현대그룹의 얘기는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아니 사실상 대부분 기업들은 정치권 손에 경제가 놀아날 수도 있고, 죽어야 할 기업이 살아날 수도 있고, 죽지 말아야 할 기업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국세청에 근무하는 친구의 얘기는 참으로 절 곤혹스럽게 합니다. 세무 공무원 월급 올려주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심하게 반대할 사람들이 정치인일 거라는 이야기를 이 친구가 합니다. 세무공무원 월급을 많이 올려줘서 먹고 살만하게 해주면, 세무 공무원들이 점점 깨끗해져서 정치권의 민원이 안 먹힐 수가 있다는 거죠. 세무 공무원이 먹고 살기 어려워야, 정치인들이 기업의 민원 해결사로 나서서 세금을 깎아달라는 민원도 잘 통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 정치인은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떡고물" 중 일부를 세무 공무원한테 나눠준다는 거죠. 이 친구는 과거 DJ 정부 출범 초기에 상당히 개혁적인 성향의 정치인으로부터 기업 세무조사와 관련한 민원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기업이 정치인들에게 돈을 갖다바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데에서도 있습니다. 돈을 갖다 바치는 기업이나 돈을 요구하는 정치인이나 정정당당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꺼번에 100억원이나 되는 돈을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준 혐의를 받고 있는 SK를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정치권력의 창출하는 정치논리로 경제논리를 언제든지 허무러뜨릴 수 있고, 정치권력이 기업을 맘대로 할 수있는 사회가 그대로인 한 혼탁한 정치자금 사건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지 재발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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