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는 암호화폐거래소 되겠다"…中최대보안업체 손잡은 지닉스의 도전

[이정훈의 Crypto People]<1>최경준 지닉스 대표 ①
"中과 합작, 전략적 선택…우수한 中프로젝트 적극 소싱"
"거래소 해킹사고 기본 안된 탓…기술보단 정책 더 중요"
"투자 및 파이낸싱 제공 …코인상장도 투자 잣대로 판단"
"탈중앙화 거래소 과도해…잠시 나타났다 ...
  • 등록 2018-08-08 오후 12:19:00

    수정 2018-08-08 오후 2:42:39

최경준 지닉스 대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통적인 증권거래소와 동일한 거래소는 아니다.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거래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환전소나 증권사, 그것도 아니면 다른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투자하는 거래소가 되고자 한다. 일종의 투자회사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상장시키는 코인 역시 우리가 믿고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코인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보안업체로 잘 알려진 치후(奇虎)360이 투자하면서 한·중 합작 암호화폐 거래소로 지난 5월초 문을 연 지닉스(Zeniex) 최경준 대표는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내내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들과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강조했다.

실제 지닉스의 홈페이지에는 “코인시장과 기존 금융시장을 잇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암호화폐시장에서 종합금융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돼 있다. 지닉스가 표방하는 종합금융서비스 기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최 대표는 “최근 자산의 토큰화(tokenization)로 인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하나의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로 이해하는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거래소가 코인을 상장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와 같은 것인 만큼 지닉스는 단순한 거래소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투자펀드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지닉스는 직접 투자하고 투자 관련 파이낸싱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럴 경우 현재 쓰고 있는 거래소라는 이름을 포기해야할 지를 고민하겠다고도 했다.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최 대표는 현재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코인 상장에 있어서 차별화된 고민이 결핍돼 있고 특히 보안문제에 있어서는 기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도 쏟아냈다. 한·중 합작 거래소로서 지닉스가 기존 거래소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전략부터 향후 지닉스가 그리는 비전까지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자본력의 문제는 아니었을텐데 왜 굳이 한국과 중국 합작법인으로 설립했나.

△포지셔닝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기존 대형 거래소들이 이미 많다보니 우리같은 신생 거래소를 굳이 찾아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다른 코인에 투자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중국 자본과의 합작은 우리가 쓸 수 있는 가용자원 면에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중국 최대 인터넷 보안업체인 치후360과의 합작 덕에 중국에서 가져올 수 있는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우리가 가진 장점이 됐다. 자금이 모자라서 투자를 받은 게 아닌 만큼 모종의 타협이었다고 보면 된다. 적게 투자하고 다음 라운드 투자에 태그얼롱(tag-along·1대 주주가 보유지분을 매각할 때 2·3대 주주가 1대 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팔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부여했다. 각 라운드 투자에 참여하면서 스킨십을 깊게 하자고 합의했다.

-이번 합작으로 치후360과 지닉스가 각각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치후360은 중국 최대 보안업체로서 자리잡고 있는 만큼 매우 큰 기업이지만 그 만큼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현재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생각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의 경우 중국내 사정 때문에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아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해외 블록체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으며 지닉스는 해외에 투자한 첫 암호화폐 거래소다. 지닉스 역시 최근 파트너사들과 중국 코인 프로젝트를 얘기하면서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한국은 코인 거래만 많지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균일하게 성장하지 못한 반면 중국은 이해도도 높고 산업도 성숙됐다. 그렇다보니 코인 프로젝트가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그런 중국 코인 프로젝트를 소싱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최근 중국자본이 국내에 직접 거래소를 열기도 하지만 경영진이 한국인이면서도 중국을 이해하는 곳은 우리 뿐이다. (실제 지닉스는 거래소 오픈 이후 국내 거래소들 가운데 최초로 이오스네트워크(EON)를 상장했고 스크라이인포(DDD)와 픽시코인(PXC) 등의 신규 코인도 발굴해 상장시켰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해킹 등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소 보안상 취약성은 무엇인가.

△다들 보안 기술을 이야기하는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정책이라고 본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뛰어난 해외라고 해도 거래소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소 고객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기술진이 좋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믿기 어렵다.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 규격화돼 있어야 하며 규격화 작업은 정책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안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예금자 보호와 같은 투자금에 대해 일정 부분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뒷받침 돼야만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다. 블록체인협회가 제시하고 있는 보안 가이드라인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본다. 이 가이드라인이 정부기관이나 여론으로부터 공신력을 얻어야 한다.

-치후360와의 합작, 중국 최대 하드웨어 월렛업체 쿠션과의 제휴 등 고객 자산 안전에 크게 신경 쓰고 있는데. 보안부문에서 가장 치중하는 대목은.

△그동안 해킹을 당한 거래소들의 피해 유형을 보면 대부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대책이 미흡했던 탓이었다. 사실 기본적인 것만 해도 이런 사고는 피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 거래소의 사례처럼 마케팅 직원이 받은 피싱메일이 해킹 당했는데 그와 분리되지 않은 회사 내부망까지 침투할 수 있었다. 서버나 기술자와 관계없는 사람이 해킹 당했을 때 이를 분리할 수 있는 방화벽(파이어월)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기본적인 보안조치는 다 갖추고 있다. 치후360과의 협업이나 주기적인 테스팅 업데이트 솔루션, 중국 최대 최초 월렛업체와의 협업 등이 그런 기본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다. 아울러 월렛에 대한 접근권한도 통제해 물리적으로 해커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고 있다. 또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해 누가 암호키를 가질 수 있는지 등 키 관리나 통제 등을 분산화해 내부적으로 어느 한 명의 잘못된 행동만으로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내부 메뉴얼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역할이나 정체성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어떤 차별화된 거래소를 그리고 있나.

△거래소 자체의 정체성이나 정의를 어떻게 다르게 내리는 지가 차별화의 핵심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전통적인 거래소가 아니라고 본다. 거래소라면 이렇게 난립해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거래소를 하나의 투자자문사로 이해하고 있다. 자산이 토큰화하면서 거래소가 하나의 투자회사이자 자산운용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겨나고 있다. 각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어떤 코인을 상장시키느냐를 보면 대부분 자기 거래소만의 성격이나 기준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부분을 거래소들도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주식시장처럼 상장요건 자체를 명확하게 제시할 순 없겠지만 주관적인 기준이라도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거래소가 코인을 상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런 거래소가 상장 기준을 세우지 않는 건 투자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미루는 셈이다. 거래소 사업자도 리스크를 지고 적극적인 상장 기준을 제시해야 하며 한다. 지닉스는 우리가 직접 투자할 만한 코인을 상장시키려 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지닉스는 단순한 거래소라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펀드라고 볼 수도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거래소를 꿈꾸는 것인가.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지닉스는 (직접적인) 투자와 투자를 핵심으로 한 업무를 제공하면서 파이낸싱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거래소라는 이름으로 환전소나 증권사 등의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과 차별되는 우리만의 포지셔닝은 투자하는 거래소다. 그렇게 될 경우 현재 쓰고 있는 거래소라는 이름이 적합할지도 재검토할 것이다.

-점차 탈중앙화된 거래소(DEX)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EX가 기존 거래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가.

△DEX는 과도한 탈중앙화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탈중앙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애초에 탈중앙화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우리 모두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현실에서 너무 멀지 않은 지점에서 균형이 잡혀질 것이라고 본다. 현재 코인 가격 변동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데, 큰 변동성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펀더멘털이 없어서 라기보다는 유통시장내에 기관투자가들이 없어서 그렇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대주주인 뮤추얼펀드들이 보유한 주식이 모두 락업(보호예수)에 걸려있는 셈이다. 코인을 장기 보유하고 펀더멘털을 보고 저가에 매수로 받아주는 기관투자가가 필요하다. 이는 거래소가 아직 기관화와 제도화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거래소가 제도권 내로 편입되기 전까지는 탈중앙화가 바람직하진 않다고 본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DEX 역시 버퍼링 기간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질 존재로 보고 있다.

-스위스 등에서는 전통적인 증권거래소가 코인을 상장하는 움직임도 있다.

△물론 기존 증권거래소들도 코인 매매거래 중개를 할 수 있다. 시스템으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다만 기존 거래소사업자들은 법적 규제나 제도 하에서 움직여야 하다보면 메이저 코인 위주로만 상장할 수 밖에 없어 적극적 상장전략을 쓰기 어렵다. 따라서 상장돼 거래되는 코인 구성에서도 특색을 띄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코인 상장을 어떤 식으로 결정하는지, 또 어떤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지.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코인을 찾아 상장하려 한다. 기준은 해당 회사가 가진 거버넌스과 기술, 비즈니스 모델, 개발팀,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 필요성 등을 고려한다. 차별화된 기준이라면 우리가 투자하기에 믿을 수 있는 코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펀드를 운용하는 자문사를 보면 자기가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 펀드에 매니저 개인 돈도 넣는다. 투자가 잘못 됐을 때 자기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본다. 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상대적으로 코인 프로젝트가 가진 기술은 덜 보는 편이다. 블록체인은 이전 세대 기술에 비해 단계적인 개별 기술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대부분 오픈소스이기 때문이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가 잘 형성됐느냐다. 개발자 채굴자 투자자 사업자 커뮤티니가 잘 형성되고 선순환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생관계에 있느냐를 우선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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