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포토레지스트 수출 첫 허용…정부도 日백색국가 제외 보류(종합)

포토레지스트에 첫 수출허가 변수로 떠올라
정부, 잇따라 회의열고 日 반격카드 재검토
日화이트리스트 배제 명분·실효성 다시 따져
"日 배제시 WTO서 일본 방어논리만 강화" 지적도
"잠시 숨고르기 국면..고위급 회담·특사 파견 필요"
  • 등록 2019-08-08 오후 1:45:38

    수정 2019-08-08 오후 2:00:05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당초 8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백색국가: 수출우방국)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일단 유보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핵심소재 3개 중 1개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허가를 내 주면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명분과 실효성 등을 다시 검토하자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셈법 복잡해진 정부…일단 공격카드 유보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검토했지만, 일단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일본 수출 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대응 카드와 관련해 연이어 이뤄진 회의에서 찬반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고시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일정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對) 일본 대응 수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전날 이미 감지됐다. 복수의 정부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고시개정안을 이 총리에게 사전 보고를 했지만, 이 총리는 실효성 및 논리 등에 대해 좀 더 보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이날 관계장관회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등을 통해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토의해서 고시 개정안 발표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셈이다.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 여부 등을 고려해 전략물자의 수출입통제 허가지역을 ‘가’지역과 ‘나’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다’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별도로 분류한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배제한 것에 대한 일종의 맞대응 카드로 핵심은 수출허가에 걸리는 기간을 15일에서 최장 90일로 연장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려면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 자칫 별다른 논리 없이 추진할 경우 오히려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제로라는 역공을 퍼부을 수 있다. 일본 역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 위한 논리를 수차례 변경하다 현재는 ‘자국내 기업의 수출관리’라는 틀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대 한국 수입의존도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수출 규제 실효성도 불투명하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드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재 소재 중에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허가를 내 준 것도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7월 4일 수출 규제 이후 약 한달만에 이뤄진 조치로, 일본이 한국 공세에 대한 숨고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대(對) 한국 수출 규제 공세를 낮춘 것인지, 한국의 역공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인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한 이 총리의 모두발언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공격은 세계지도국가답지 않은 부당한 처사이며, 자유무역의 최대수혜국으로서 자기모순이다”고 지적하면서도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는 내용을 의미있게 밝혔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은 없었다.

“맞대응할 경우 WTO 승소 확률 떨어져”

전문가들도 일본의 대응 수위에 맞춰 정부가 신중론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부가 오늘 회의에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맞제외하는 조치는 논의에만 그쳐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단지 맞대응으로만 일본을 제외하면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세게무역기구(WTO) 제소의 승소 확률은 10 퍼센트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똑같은 조치를 내릴 경우)‘안전보장 무역관리‘는 일본의 재량사항이라는 방어논리만 오히려 강화시켜 줄 것”이라면서 “WTO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지켜야 할 매우 귀중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일단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허가를 내주긴 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패를 여전히 들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신중하게 일본의 의도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한 통상전문가는 “일단은 양국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국면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고위급간 대화, 특사 파견 카드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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