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공항 라운지서 "라면은 XX"[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국민의 '국'에 규칙 뜻하는 영어 '룰(rule)' 합친 신조어
'국민 대다수가 널리 받아들이는 규칙'..."XX는 국룰이지" 식으로 사용
의미 확장해 유머러스한 농담 상황에서 빈번하게 사용
  • 등록 2023-01-16 오후 3:03:31

    수정 2023-01-16 오후 3:03:3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지난달 야구 선수 황재균 씨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다음 < > 속 짧은 상황에서 (_) 안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도화는 친구 강민과 오랜만에 술 한잔하기로 하고 서울 종로에서 만났다. 술집이 줄지어 선 종로 뒷골목의 술집 상호를 훑으며 메뉴를 고르던 중 마침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도화는 이렇게 외친다. 비 오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가 (_)이지.>

1) 무새 2) 뉴비 3) 흑우 4) 국룰

정답은 4번 ‘국룰’이다.

‘국룰’이란 단어는 MZ세대들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 신조어로,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도 등재돼 있다. 우리말샘은 국룰을 ‘국민 대다수가 널리 받아들이는 규칙’이라고 풀이한다.

‘국민 룰’의 줄임말로 국민의 ‘국(國)’과 규칙을 뜻하는 영단어 ‘룰(Rule)’을 붙여 만든 말이다. 공식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통용되거나 유행하는 암묵적인 규칙 및 행동들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진지한 상황에서 보다는 유머러스한 상황에서 장난 식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뜻과 뉘앙스의 단어이다 보니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국룰의 반대 의미를 지니는 말로는 ‘동네 룰’의 줄임말인 ‘동룰’이 있다. 각 지역마다 규칙이 조금씩 다르기로 유명한 고스톱의 경우 여러 지역 사람들이 모일 경우 시작 전에 ‘동룰’을 정리하는 작업은 필수다.

프로야구 구단 KT위즈 내야수인 황재균 선수는 지난달 결혼한 걸그룹 티아라 출신 지연과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컵라면 사진을 올렸다. 평소 해외 나갈 때마다 라면이 한가득 담긴 트렁크가 포착될 정도로 라면 애호가로 알려진 그다. 그는 공항 라운지에서 두 종류의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사진과 함께 “라운지에서 라면은 국룰”이라는 글을 올리며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라면과 관련해선 가수 박정현 씨가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말도 화제가 됐다. 그는 “한국에 와서 정말 끝까지 이해 못 하는 건 라면을 먹다가 밥 말아 먹는 거다. 대부분 밥을 말아 먹더라”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박정현이기에 할 수 있던 말이었다. 이에 함께 출연한 가수 이선희 씨가 “내가 라면에 밥 말아 먹는 사람이다. 찬밥을 말아 먹으면 정말 맛있다. 밥알의 꼬들꼬들함이 살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라면에 밥 말아 먹는 건 ‘국룰’이지”라고 말을 거든다면 매우 시의적절한 표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난달 MBC 예능 프로그램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 출연한 인기 인터넷 국어 강사 김젬마 씨는 “고전을 힙하게(신선하게) 들려 드리겠다. 내가 우승하는 건 ‘국룰’이지 않을까”라며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 대다수가 널리 받아들이는 규칙’이라는 원뜻에서 다소 벗어난 듯 보이지만 ‘국룰’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처럼 농담같이 가볍게 쓸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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