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선자들의 눈길끈 10초 자기 소개

  • 등록 2004-04-29 오후 7:34:38

    수정 2004-04-29 오후 7:34:38

[조선일보 제공] 10초는 과연 자신을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일까? 121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10초 안에 자기소개를 마치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29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한나라당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에서 당선자 소개 및 인사에 배정된 시간은 고작 30분. 사회를 맡은 한선교 경기 용인을 당선자는 자신을 포함해 모두 121명의 당선자에게 “10초 안에 소개를 마무리해달라”고 말했다. 10초가 지나면 ‘땡’ 소리와 함께 마이크가 꺼지는 것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처럼 심사위원들이 있어 인사말에 점수를 매기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솜씨와 쇼맨십으로 먹고 산다”는 정치인들답게 이들의 ‘10초 소개’는 재치와 순발력이 돋보였다. 열린우리당에게 제1당의 자리를 빼앗겼다는 충격때문인지 유난히 와신상담(臥薪嘗膽)을 내세운 소갯말이 많았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으로 초선인 정두언 서울 서대문을 당선자는 “야당이 해야할 첫번째 일은 집권이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하자”며 정권 재탈환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역시나 초선으로 1998년과 2002년 대선에서 연이어 이회창 후보의 법률특보를 맡았던 김정훈 부산 남구갑 당선자는 “진짜 산 넘고 물 건너 왔다”며 “다음 번에 정권을 찾아오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두 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며 “다음 번에 정권을 되찾지 못하면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둔 수도권지역 당선자들도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다짐했다. 3선인 이경재 인천 서구·강화군을 당선자는 “출구조사 결과로는 인천 지역이 전멸했는데 3명이 살아돌아왔다”며 “3명만으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다. 정권 탈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역시나 3선인 남경필 경기 수원팔달 당선자도 “외롭다. 외로운 섬이다. 광풍 속에 수도권 인재들이 빛을 보지 못한 것 안타깝다”며 “정권을 찾아오는데 모든 힘을 바치겠다”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이에 대해 전통적인 한나라당 우세지역으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원내에 진출한 대구지역 후보들은 미안함을 표시했다. 대구 북구 구청장을 3번 역임한 이명규 대구 북구갑 당선자는 “73.2%의 득표율을 얻었다”며 “나만 수월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으로 초선인 주호영 대구 수성구을 당선자도 “내 지역구가 전통적인 한나라당 전국 최다득표지역이라고 하더라”며 “다음 대선 때도 그 전통을 잇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이용, 듣는 이에게 자기 존재를 각인시키는 ‘고전적인’ 자기소개 방법이 여기서도 등장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재경 경남 진주을 당선자는 “서울 와서 국회의원하라고 내 이름을 ‘재경(在京)’이라고 했나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김 당선자의 한자 이름은 ‘在京’이 아닌 ‘在庚’이다. 김학송 경남 진해 당선자는 “내 이름자가 새 학(鶴)과 소나무 송(松)”이라며 “학처럼 깨끗하고 솔처럼 푸른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로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역임한 송영선 당선자는 같은 당의 김영선 경기 고양 일산을 당선자와 박영선 열린우리당 당선자를 염두에 두고 “17대 국회에 ‘영선’이가 셋이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송 당선자는 “안보는 이념을 넘어 산소와 같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신안보 정당으로 태어나도록 한 몫 다하겠다”며 야무지게 인사를 마무리했다. 한선교, 박찬숙, 전여옥, 등 방송인 출신 당선자들도 빼어난 말솜씨를 자랑했다. 한선교 당선자는 “총선기간 내내 내게 ‘왜 한나라당이냐’고 묻는 유권자·기자들이 많았는데 나는 원래 한나라당”이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박찬숙 당선자는 “여기 와 보니 (내가 진행했던) 프로그램 연사였던 분이 너무 많다”며 “그 때 잡았던 마이크의 무게와 지금 잡은 마이크의 무게가 너무 다르다”고 했다. 박 당선자는 “이 분들이 프로그램 연사인지 같이 일하는 동료인지 아직도 가끔씩 헷갈린다”며 “많이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역시나 비례대표로 당선된 전여옥 당선자는 “질서 속 개혁을 추진하다보면 4년 후 누구나 ‘보수’가 되길 원할 것”이라며 “대변인실을 많이 이용해 달라.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다”고 해 웃음 물결을 일으켰다. 시각장애인 최초로 국회 입성을 이룬 정화원 당선자는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눈에 뵈는 게 없는 정하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 당선자는 “좀 더 한나라당이 소외계층 대표하도록 하겠다”며 “누구나 시각장애인을 보면 먼저 와서 손 잡고 인사해야 한다. 박근혜 대표 등에게도 예외는 없다”고 인사를 마무리해 따스한 웃음과 박수를 자아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10초 소개’의 최고 스타는 박근혜 대표였다. 박 대표는 연찬회 시작무렵 당대표 인사를 마친 후 대구지역 당선자들이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에도 앞으로 나가지 않고 앞줄에 앉아 경청하고 있었으나 “대표가 아닌 대구 달성군 당선자 자격으로도 인사를 하라”는 다른 당선자들의 권유에 못 이겨 동참했다. 박 대표가 “총선 기간 중 몸이 많이 줄었지만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에 대한 약속을 드린 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워 실제로는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며 “약속을 꼭 지켜내서 사랑받고 지지받는 한나라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좌중은 온 몸을 던져 ‘바람’을 막아냈다는 이 자그마한 여인에게 감사와 신뢰의 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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