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사주 매입 금융위기 이후 최대…독일까 약일까

자사주 매입으로 주당순이익 증가 '착시효과'
성장동력이 아닌 주주환원에 투자 비판
경영진 주식보상 비용 숨기기 수단이라는 지적도
  • 등록 2015-11-23 오후 1:36:36

    수정 2015-11-23 오후 1:36:36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논쟁이 일고 있다. 주당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이처럼 대규모 현금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22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인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5167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아직 3분기 분기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매년 3개 분기 매입규모로는 금융위기 바로 직전인 2007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자사주 매입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기업은 애플로 총 302억2000만달러(약 34조9192억원)을 쏟아부었다. MS가 142억달러로 뒤를 이었고 퀄컴(96억달러), AIG(75억달러), 길리어드사이언스(70억달러) 순이었다.

자사주 매입을 예고한 기업도 상당하다. 올해 연간으로는 2007년을 웃돌긴 힘들겠지만 올 들어 10월까지 수치는 2007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많을 것으로 비리니는 전망했다.

나이키가 향후 4년에 걸쳐 12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80억달러는 내년 5월 이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업 현금보유 수준이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고 금리는 낮아지자 자사주 매입을 위해 현금을 쓰거나 부채를 쓰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 입장에서 호재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드는 만큼 보통 주가 상승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너무 많은 돈을 쓰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서는 너무 적게 투자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기도 했다. 미 민주당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 전체를 좀 더 자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착시효과를 준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 순이익은 그대로인데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당 순이익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

마이크로소프트(MS)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3% 감소했지만 주당순이익은 3.1% 늘었다. 전체 주식의 3% 이상을 사들인 덕이다. 웰스파고의 순이익은 0.6%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주당순이익은 자사주 매입 이후 2.9% 늘었다. 화이자와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도 각각 순이익은 2%, 2.8% 증가했지만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5.3%, 12.4%로 껑충 뛰었다.

하워드 실버블랫 S&P다우존스지수 선임 지수 분석가는 “S&P500 기업 중 20% 이상이 지난 12개월 동안 최소 4% 이상의 유통주식을 줄였다”며 “유통주식의 4% 이상을 매입하면 주당순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S&P500기업의 20%가량이 이미 상당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기 때문에 4분기 순이익이 증가하지 않고 더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더라도 4분기 주당순이익은 최소 4%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S&P500기업의 보유 현금 운용 수익률은 1.3%에 불과해 현금 활용에 대한 압박을 받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은 종종 주가상승 재료가 된다. 애플은 올 들어 8.1% 올랐고 MS는 16.7% 상승했다. 하지만 꼭 이 공식이 통하는 것만은 아니다. 퀄컴은 33.2% 하락했고 오라클도 12.5% 미끄러졌다. 바이오 기업인 애브비는 6.6% 떨어졌다.

또 경영진에 대한 주식보상 비용을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경영진에게 주식을 부여할 때 기업들은 주식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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