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예금 고객은 개인 42.9%, 법인 31.8%로 구성된다. 대부분이 법인 고객으로 구성된 SVB와는 크게 차이가 있다. 또한 예금금액별 계좌 분포,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뱅크런 위험은 낮을 것으로 한신평은 판단했다.
|
한신평은 SVB가 국내은행들과 달리 유동성 관리에 취약한 예금구조를 갖게 된 것은 법인고객·거액예금·금융기관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VB는 스타트업·VC·PE에 자금을 제공하는 영업적 특성에 따라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란 유동성 높은 자산을 1개월 순현금유출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을 말한다.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와 같이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오래 견딜 수 있다.
|
작년 말 SVB의 만기보유증권 미실현 손익은 약 151억달러다. 보통주자본(CET1자본) 대비 미실현 손실의 비중은 111%에 이른다. 이는 자본적정성에도 위협이 되는 수준이다. 보통주자본금은 보통주로 발행한 주식의 액면가액 총합을 말한다.
만기보유증권의 미실현 손익은 재무제표상 손익 및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되지 않으며, 자본비율에도 반영하지 않는다.
다만 SVB의 경우와 같이 예상보다 빨리 채권 매각으로 유동성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 그동안 반영되지 않던 만기보유증권의 미실현 손익이 일시에 손익 및 자본에 반영된다. 이에 미실현 손실은 자본완충력에도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
반면 국내 은행의 CET1자본 대비 유가증권 미실현손실 규모는 7% 수준으로, 이로 인한 잠재적 리스크는 낮다고 한신평은 판단했다.
또한 저축은행의 예수금은 소액 리테일(개인) 위주로 구성돼 있다.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는 5000만원 이하 금액이 전체 예금의 약 72%로 높은 편이다. 이에 구조적 취약성은 낮다고 평가된다.
이밖에도 작년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평균 3개월 유동성비율은 135.3%로 양호한 편이다. 대부분이 정기예금으로 구성돼 만기 전 이탈 우려도 높지 않다.
다만 위험 요인도 남아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핵심예금 비중이 낮고 충성 고객층이 많지 않은 점, 퇴직연금 예치 등으로 거액 예금(5000만원 초과) 비중이 과거 대비 높아진 점 등은 잠재 리스크다.
한신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만기불일치 위험(예수금 평균만기 12개월, 대출금 평균만기 34개월)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2가지 요소가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저축은행 부동산금융의 위험도가 높아졌다”며 “가계신용대출 역시 차주 신용도가 전 업권에서 가장 열위한 수준으로 다중채무자 중심으로 부실이 금융기관 간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