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혀도 솜방망이" 구멍 뚫린 간첩법에 산업스파이 '기승'

김동호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 인터뷰
사모펀드 동원해 기술탈취도..."정부 나서야"
기술유출→산업경쟁력 약화→일자리 감소 악순환
기술유출 차단 위해 징벌적 형사처벌 도입해야
  • 등록 2023-08-30 오후 5:23:08

    수정 2023-08-31 오후 3:43:14

산업계와 법조계가 산업스파이 방지를 위한 형법98조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데일리TV.
[이데일리TV 문다애 기자]

<앵커>

반도체, 이차천지 등 핵심 기술을 노린 산업스파이가 기승입니다.

국가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핵심 산업기술을 유출하다 적발이 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경제계는 기업 존망이 걸린 일이라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문다애 기자입니다.

<기자>

산업계와 법조계가 산업스파이 근절을 위한 간첩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산업보안한림원(이하 한림원)은 “산업 기술 유출은 기업 비즈니스를 아예 접게 만들 정도의 치명적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가 차원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한림원은 삼성과 SK, LG, 포스코 등 11개 대기업과 김&장, 태평양, 세종 등 6대 로펌의 산업보안 최고 전문가들로 이뤄진 단체.

이들이 목소리를 높인건 현행 간첩죄는 대상을 ‘적국(북한)’으로만 한정해, 중국등 다른 외국이 핵심 산업기술이나 국가 기밀을 수집, 유출하거나 이를 사주해도 간첩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서입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

한 달에 1.6건씩 유출된 셈입니다. 대부분 반도체(24건)와 디스플레이(20건), 이차전지(7건) 등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첨단 산업이고, 누적 피해 금액은 25조원에 달합니다.

보유한 첨단기술이 국가 경쟁력이 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김동호/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

“미국, 중국, 대만은 산업기술 유출을 간첩법에 간주해 적용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산업기술 유출 행위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많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미국서 기술을 유출해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에 공평한 게임이 안 되거든요.”

유출 방식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고액연봉을 미끼로 인재를 빼내는 걸 넘어, 사모펀드를 통해 기술 보유 회사나 모회사 지분을 확보해 기술을 빼돌리거나, 산학협력 공동 연구를 빙자해 연구소를 설립한 후 이를 기술수집 거점으로 활용하거나, 전문 리서치 혹은 컨설팅 업체를 통해 기술정보를 수집하는 수법도 흔히 쓰입니다.

대한민국은 산업스파이의 핵심 타깃입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대한민국의 과학 인프라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 국제 특허출원은 세계 4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도 4위에 달합니다.

기술 수준에 비해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탓에 우리나라는 전세계 산업스파이들의 먹이감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자구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합니다.

<김동호/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

“기업이 할 수 있는건 너무 제한적이거든요. 국가의 애국심에 호소하고 양심에 호소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징벌적인 시각에서 우리나라 국가 핵심 기술을 외국에 유출하는 경우에 대해 엄단이 필요하다고”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이 심화하며 기술 유출 시도는 날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중국이 미국의 봉쇄로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의 고급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에 웃돈을 주고 기술과 인재를 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기술 유출 가운데 92.3%가 중국기업들이 연루됐습니다.

한림원은 기술 유출은 국가 기간산업을 무너뜨려 국가의 존립기반 마저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수천억에서 수조원 손실을 넘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 다음 세대의 일자리 자체가 사라져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동호/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

“기술 패권을 다투고 있는 경쟁 상황에서 다른 국가는 반칙을 한 번만 해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인데 우리나라는 반칙해도 ‘옐로우 카드’ 한 장 받으면 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지금 페어한 게임이 아니라고...우리도 다른 경쟁국과 마찬가지로 형법을 상향 조정해서”

한림원은 기술 유출에 대한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만으로도 시도 자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형법상의 간첩죄 대상을 ‘외국’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계류 중인 상황.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해보입니다. 이데일리TV 문다애입니다.

[영상취재/영상편집 이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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