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부총리급 총재의 확신 vs 시장의 우려

  • 등록 2003-12-17 오후 6:03:00

    수정 2003-12-17 오후 6:03:00

[edaily 강종구기자] 최근 투신사 소속 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미국보다 한국이 더 위험한 이유는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미국 주택시장도 버블얘기가 나오지만 그쪽은 대부분이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리파이낸싱이 까다로워 질 뿐 전체 시장이 흔들리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의 대책으로 투기세력이 빠르게 이탈하면 경착륙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나라 소비가 빨리 회복될 수 없는 이유는 위와 아래만 있고 중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붕괴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비도 살아난다지만 소수 부유층에 머물고 저소득층까지 파급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정책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며 국내 금리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내년말에는 국고채 금리(3년물 기준)가 6%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고 7%를 상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대출과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기업의 이익은 크게 감소하며 부도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자산 거품의 급격한 파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선제적인 긴축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내년 이후 우리 경제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서로 일치되는 부분도 있고 상반된 의견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낙관 전망이 있는 만큼 국내 경제가 안고 있는 불안요인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내년부터 우리 경제는 회복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도 그렇고 국내 내로라 하는 이코노미스트들도 경기회복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조심스럽다. 신용카드사 유동성 문제의 해결을 장담하기 어렵고 신용불량자 문제도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거품빼기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말씀이 시원시원하다. 16일 외신기자클럽 강연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거침 없는 입담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몇 마디만 다시 들어 보자. “한국에 있어 부동산 인플레 문제가 일본과 같은 버블 충격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땅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 10% 내외이고 특수지역이라고 해도 평균 20~30%에 불과하다. 약간의 땅값 상승으로 금융불안이 유발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일본과 같이 디플레 걱정을 해본 적이 없고, 현재도 전혀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참으로 확신에 찬 발언이다. 경제가 그 확신대로 가 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 총재의 말대로 경제도 5%대 성장을 하고 카드문제도 해결되고 부동산시장의 버블 충격도 없다면 말이다. 정부는 그렇게 고심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잡기의 고삐를 좀 늦춰도 될 것이다. 땅값 상승률이 별로 심각하지 않다니 투기세력도 반가워 하겠다. 그러나 이날 박승 총재의 말씀은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감도 좋지만 중앙은행 총재로서 너무 단정적이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고급의 여과된 정보를 가지고있을테니 박 총재의 말씀이 맞고 다른 견해는 틀리다면 다행이지만 너무 일방에 치우친 것은 아닐까. 마침 외국계 증권사의 유명 이코노미스트를 만날 기회가 있어 박 총재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대답이 가관이다. “박 총재께서는 경제부총리에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말씀이 왔다 갔다 하시잖아요. 중앙은행 총재의 입장에 맞지 않는 말도 하시고..” 경기는 때로 상승하고 때로 하강하며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간다. 물론 경기라는 것 자체가 어느 한 방향의 추세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추세를 만드는 과정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파동의 반복이다. 추세는 단지 과거일 뿐이며 파동을 만드는 힘이 바뀌면 언제든 바뀐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는 참으로 어려운 자리다. 경제가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알 수 없는 미래의 위험”을 피해갈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하는 자리다. 경제가 처한 정확한 위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하는 전문가로서 능력도 반드시 갖춰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 자체인 시장과 조율하고 달래며 함께 가는 것이다. 정권 창출이 삶의 목적인 정치권이야 경제가 좋으면 그저 좋겠지만 중앙은행은 경제가 너무 좋아도 걱정이고 침체에 빠져도 걱정이다. 그래서 언제나 위(경기상승위험)과 아래(경기하강위험)을 고루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은 관계자들에게 물었더니 “총재 말씀은 한국은행 공식견해”라는 대답이다. 한은은 우리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총재 연설이 있던 날 저녁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고령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국내산업 경쟁력 약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등과 최근의 투자 및 소비 부진이 이어질 경우 잠재성장률이 향후 10년간 4%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지목한 우리경제의 불안요인 중에는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 디플레이션 위험이 포함돼 있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 주택가격이 대폭 하락할 경우 담보가치가 떨어져 전형적인 부채 디플레이션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경제연구원은 “부동산가격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 거품 수준인가에 대한 판단은 어렵다”고 전제했지만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01년부터 올해 10월중 54.1% 상승했으며 80년대말 가격급등기에 비해 상승폭은 낮지만 상대소득기준으로 보면 당시에 비해 장기균형수준에서 더 크게 벗어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론은 “아파트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자산 디플레이션에 의한 장기 침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은의 설명대로, 그리고 논문의 첫 장에 쓰인 대로 이 역시 “작성자 개인 의견일 뿐”이다. 여전히 박 총재의 말씀이 한은의 공식 견해다. 그러나 시장에서 엄연히 우려가 존재하고 한은 내부 연구소에서도 걱정하는 부분을 한 마디로 일축한 박 총재의 말씀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 (이 기사는 12월17일 16시3분 edaily의 유료 금융뉴스프로그램인 `마켓플러스`를 통해 출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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