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줄게, 통장 다오”…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덫

해외 직구 결제 대행 알바, 알고보니 피싱 자금 세탁
“단순 알바인 줄…얼결에 범죄 연루돼”
계좌정지 확인 후 자수했지만 경찰 조사
경찰 “일단 현금 오가면 보이스피싱 범죄 의심”
  • 등록 2022-06-20 오후 4:16:57

    수정 2022-06-20 오후 8:26:46

[이데일리 이소현 이수빈 기자] ‘전자 금융 사기 계좌’

지난달 A(33)씨가 가스비 등 공과금을 이체하려고 본인 명의의 모바일뱅킹에 접속하자 뜬 문구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A씨 명의의 계좌가 사용되면서 먹통이 된 탓이었다. 최근 사업과 투자 등으로 얻은 4억원대 빚 때문에 구한 재택근무 아르바이트(알바)가 화근이었다. A씨는 해외 직접구매(직구) 업무 알바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수금책’이었던 것. A씨는 “‘고액 알바’ 등으로 현혹한 게 아니라서 단순한 재택 알바라고 생각했는데 당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해외 결제 대행 알바가 피싱 자금 세탁…“현금 오가면 의심”

보이스피싱 일당이 피해자뿐만 아니라 범죄에 가담하는 중간책을 꾀어내는 방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구직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 자금 세탁에 이용당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일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본인 명의의 통장이 사용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지난달 4일 해외 직구를 위한 결제를 대행하는 알바를 구했다. 공동구매자들이 물품을 주문할 때 1인당 해외 결제 한도 금액을 초과하면 잔액을 대신 송금하는 일이었다. A씨는 자신의 계좌에 해외 직구 결제 대행금으로 입금된 580만원을 확인하고, 업체 측에서 소개해준 해외 송금 어플을 깔아 결제 대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차례 결제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업체 측이 대신 결제하겠다고 해 A씨는 한 지하철역에서 업체 관계자를 만나 현금 580만원을 건넸다.

A씨 계좌로 들어온 580만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돈이었다. A씨의 계좌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걸로 드러나 정지됐고, 당연히 알바비도 받지 못했다. A씨는 “내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것을 뒤늦게 알고 직접 신고했다”며 “10~20만원 벌려다가 피싱 조직의 돈세탁에 당해서 피해자에게 58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금이나 계좌이체를 요구하면 예외 없이 보이스피싱이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A씨의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부산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자수하기 전에 신고가 접수됐고,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알고 가담한 것인지 여부 등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해외 직구 결제 대행 수법은 흔치 않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직접 현금을 받아가는 경우는 흔하게 일어나는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피싱 범죄 가담↑…‘미필적 고의’ 따라 처벌

보이스피싱 일당은 가상자산 구매대행과 환치기 송금 등 다양한 수법으로 구직자들을 범죄에 가담시키고 있다. 최근엔 채권추심 업무 알바를 구했다고 여겼으나 피해자 4명을 직접 만나서 현금을 받아 무통장입금토록 한 업무 지시가 의심스러워 자수한 사건, 건물을 촬영해서 전송해주는 알바로 인지하고 피해자에게서 알바비를 받았는데 봉투 안에 1800만원이 있는 걸 보고 자수한 사건 등이 있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 규모가 연간 7000억원에 달하고, 피해자가 목숨을 끊기도 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사실을 알아채고 자수할 경우 정상참작돼 형량을 줄일 수 있지만, 미필적 고의 여부에 따라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기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피해액수가 2억원 이상이면 실형이 불가피하다.

조주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대개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은 범죄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지만, 거금의 현금 전달 등 충분히 불법적인 상황이라고 인지할 수 있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것”이라며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초범인 경우, 자수 여부 등으로 양형 참작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직시 금전거래가 이뤄진다면 제3자와 상황을 공유하고 일단 보이스피싱 범죄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일자리를 구할 때 알려준 계좌로 돈이 오가는 경우라면 일단 ‘돈세탁’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며 “혼자서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 말고 주변인 최소 3명에게 상황을 알려 의심스러운지 논의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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