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쓴 박삼구 “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인생 모든 것인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내며
"임직원에게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
  • 등록 2019-04-16 오전 10:53:31

    수정 2019-04-16 오전 10:53:31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과 관련해 임직원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결정했다”며 “임직원에게 면목없고 민망한 마음”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 전 회장은 16일 오전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전날 그룹 비상경영위원회와 금호산업 이사회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박 전 회장은 “지난번 회계 사태 이후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회사의 자구안이 채권단에 제출됐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했다”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으로 충격 받은 임직원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그 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다만 이 결정이 지금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현명하게 타개해 나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의 동의와 혜량을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1988년 2월 17일 아시아나항공 창립 이후 과정을 소개하면서 “임직원과 31년간 무(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신생 항공사로서 시행착오도 많았다”며 “경쟁사와의 치열한 노선경쟁을 펼치며 새 비행기를 도입하던 일,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한 비상 상황, IMF를 비롯해 911테러, 사스와 메르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부적 시련에 맞섰던 일 등 임직원들과 땀 흘렸던 빛나는 순간과 고독한 결정을 해야 했던 불면의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그는 운항, 캐빈, 정비, 영업, 화물, 일반직 등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노고도 잊지 않았다. 박 회장은 좁은 칵핏(Cockpit)에서 안전운항을 위해 애써 온 운항승무원들,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땀 흘린 캐빈승무원들, 혹서기 혹한기를 가리지 않고 안전 정비에 몰두해 온 정비사들, 한 장의 티켓이라도 더 팔기 위해 국내외를 누비던 영업 직원들, 전 세계 공항에서 최고의 탑승수속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시성을 위해 힘써 온 공항직원들과 항공 화물을 책임지던 화물 직원들, 현장의 오퍼레이션을 지원하면서 회사의 미래를 설계해 온 일반직 직원 등 임직원들의 수고를 하나하나 언급했다.

그는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전한다”며 “마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처럼 아시아나인 모두가 자기 파트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아시아나만의 고유한 하모니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2004년 그룹 명칭을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할 만큼 아시아나는 늘 그룹의 자랑이었고 주력이었고 그룹을 대표하는 브랜드였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라는 브랜드에는 저의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여러분이 그렇듯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다”고 썼다.

그는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보낸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변함없이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전해 나가길 돕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아시아나의 한 사람이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글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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