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핑크 블랙록 CEO가 본 우크라 전쟁이 바꾼 3가지

①세계화의 종말…"기업들 해외 기지 더 빨리 철수"
②천연가스의 재조명…"천연가스 전환 연료로 중요"
③암호화폐 확산…"디지털 지불 시스템이 더 나았다"
  • 등록 2022-03-25 오후 5:05:07

    수정 2022-03-25 오후 5:05:07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10조달러(약 1경2184조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생각해봐야 할 이슈 세 가지를 던졌다. △세계화 종말 △천연가스 필요성 증대 △암호화폐의 빠른 확산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안전한 자국에 공급망 만들 것”

24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핑크 CEO는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경험한 세계화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그간 오프쇼어링(해외 생산)을 선호했던 기업들이 온쇼어링(자국 생산)으로 돌아설 것이란 이야기다.

90년대 이후 자유무역 질서가 자리잡혀 노동력과 부품 등의 비용이 국내보다 저렴한 곳이 있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어디든 생산 기지를 건설했다. 그 기지가 러시아에 있었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전쟁과 서방의 제재로 큰 손해를 보게 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핑크 CEO는 이번 전쟁의 학습효과로 기업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국 생산을 가속화할 걸로 봤다.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미·중 패권 다툼 등에 온쇼어링 추세가 강해지고 있던 차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비용 절감의 한계를 맞은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핑크 CEO는 “기업과 정부는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더 광범위하게 살펴볼 것”이라며 “이로 인해 기업은 더 많은 사업을 본국 또는 본국 인근에서 수행해 일부 국가에서 더 빨리 철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현상이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쩔 수 없이 천연가스 필요성↑”

핑크 CEO가 던진 두 번째 화두는 재생 에너지 전환과 천연가스의 재조명이다. 가장 극적인 예는 유럽이다. 가스 수입의 45%, 석유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기대고 있는 유럽은 오는 2030년까지 이를 0%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한 대안책은 러시아 감소분을 다른 곳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미국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량을 늘릴 예정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가중 요인이다. 기체 가스를 액체로 만드는 덴 돈이 들고 무엇보다 바다 건너 배를 타고 오기 때문에 운송비용도 추가된다.

재생 에너지의 전환 속도도 늦춰질 전망이다. EU는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를 끊는 과정에서 선택한 것은 재생 에너지가 아닌 LNG다. 친환경 인프라 구축이 아직 미비한 탓에 당장의 에너지 부족, 혼란은 재생 에너지 생산이 아닌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핑크 CEO는 “장기적으로 나는 최근 사건들이 친환경 에너지원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가까운 시일 내 탄소 배출 제로를 향한 세계의 진전은 불가피하게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가 전환 연료로 중요하다”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 국제 거래 결제 능력↑”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를 운용하는 CEO가 본 전쟁이 촉발한 변화 중 마지막은 암호화폐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디지털 통화 가속화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신중하게 설계된 글로벌 디지털 지불 시스템은 자금 세탁 및 부패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국제 거래의 결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다. 서방의 제재가 큰 몫을 했다. 국제결제시스템(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는 축출됐고, 해외에 유치된 러시아 외환 보유액의 대부분은 동결 조치됐다. 러시아는 외환보유고를 2015년 이후 꾸준히 늘려 곳간을 넉넉하게 해놨지만, 이 돈을 쓸 수 없어 디폴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국가의 통화가 다른 나라들의 제재로 인해 ‘종이’가 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암호화폐는 크게 주목을 받았다. 국가 권력이 통제하지 않는 암호화폐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황이 다수 목격됐단 얘기다. 전쟁 전인 지난달 9일 블록체인 분석 기업 일립틱은 “총 수십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이 우크라이나 자원 봉사단체 등에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에서 전 세계인을 대상,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전쟁 기부금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비트코인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에너지위원회 의장은 중국과 터키 등 우호적인 국가들에 대해서는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출에 대한 지불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서방국들로부터 받은 금융 제재를 암호화폐로 피한 것이다.

핑크 CEO는 암호화폐에 대한 고객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어 블랙록이 디지털 통화와 관련 기술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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