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학교 화장실’ 지적에…교육청들 뒤늦은 개선안 ‘뒷북’

전국 시도교육청 국감 이후 화변기·분필칠판 교체 계획 잇따라
  • 등록 2021-10-27 오후 4:23:51

    수정 2021-10-27 오후 4:23:51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전국 학교 내에 여전히 양변기(걸터앉아서 대소변을 보는 수세식 변기)가 아닌 화변기(쭈그리고 앉아서 대소변을 보는 변기)가 많다는 지적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나오자 전국 교육청들이 뒤늦게 개선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감 지적이 나오고 난 뒤 화변기·분필칠판 등 학내 노후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기존 일정을 앞당기거나 이제야 계획을 세우는 모양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화변기 및 분필칠판 개선 계획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각 교육청은 화장실 등 학내 노후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거나 기존 일정을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국감에서 화변기·분필칠판 등 학내 노후시설 문제가 지적된 뒤로 각 교육청이 관련 개선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초·중·고에 화변기 교체 사업비를 지원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 내 학교의 양변기·화변기 설치 비율은 각각 80%·20% 수준이다. 아울러 2024년까지 초등학교 5학년 이상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교실에 전자칠판도 설치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화변기 비율이 높아 총 133개교의 노후 화장실에 대해 약 850억원의 공사비를 편성하고 개선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분필칠판의 경우 칠판 교체 예산을 추경을 통해 이달 초 전액 배정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현재 전체 19%가량인 화변기 비율을 올해와 내년 각각 개선사업을 통해 약 16%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분필칠판도 2025년까지 전량 교체할 예정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국정감사 지적 이후 화변기 교체사업을 기존 3년짜리 계획에서 2년으로 단축해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교육청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화변기를 양변기로 교체하고 분필칠판의 경우 2024년까지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던 교육청들이 국감에서 화변기 등 노후 화장실 문제가 지적되자 그제야 개선 계획을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교수는 “비위생적 화장실 환경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편함과 걱정에는 귀 기울이지 않다가 국회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개선안이 제출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불편한 단면을 보여준다”며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바르게 자라기 위해선 학교 내 환경이 쾌적해야 한다.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교육행정기관의 제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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