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아니면 단체이직…HMM,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종합)

해상노조, 찬성률 88%로 파업 가결
업계보다 낮은 대우·열악한 근로여건
"선상 노예 수준…MSC로 떠나겠다"
최소 선원 있어야 출항…선박 운항 중단 위기
  • 등록 2021-08-23 오후 4:22:48

    수정 2021-08-23 오후 8:36:14

[이데일리 경계영 박순엽 기자] HMM 선원으로 구성된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이 단체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다. 사무직 직원으로 구성된 육상노조와 함께 협의해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나서겠다고도 강조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파업에 나서는 것은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HMM(011200) 해상노조는 22일 낮 12시부터 23일 낮 12시까지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 88.3%(400명)가 찬성했다고 23일 밝혔다. 투표엔 434명이 참여해 총 투표율은 95.8%로 집계됐으며 투표자 기준 찬성률은 92.1%에 달했다.

앞서 해상노조는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통보 받으며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쟁의권)을 확보했다.

HMM 선원은 왜 뿔났나

사측과 해상노조 간 협상은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교섭 당시부터 난항을 겪었다. 해상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등을 제시한 데 비해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월 급여 100% 수준의 격려금 지급 안을 고수했다.

해상노조는 지난해 등을 제외하면 최근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돼왔고 선원을 포함해 직원의 노력으로 HMM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개선된 상황을 임금에도 인상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더욱이 물류대란이 벌어지면서 통상 6개월 승선하던 선원은 1년 넘게 선박에서 내리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 사측도 당초 외부 컨설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임금 11.8%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고려해 인상률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일부는 성과급 아닌 ‘격려금’ 형태로 상여금을 준다는 데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1위 선사였지만 대우는 그에 걸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운업계 실적이 개선되자 SM상선과 고려해운은 연초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각각 150%, 450%를 준 데 비해 HMM은 코로나 위로금 100만원 지급이 전부였다.

이 같은 입장 차는 중노위 조정에서도 계속됐다. 사측은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후 장려금 200% 추가 지급 등을 수정 제안했고, 해상노조도 마지막 조정에서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800%를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46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포워드(Forward)호’가 부산항 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사진=HMM)
정박하는 선박 선원만 파업 가능…“사표 내겠다”

이날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된 데 따라 해상노조는 25일 사측에 단체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선원법 때문이다. 선원법상 운항하거나 해외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에 탑승한 선원은 파업이 불가능하다. 선박에서 내리려면 사직서를 내거나 최근 물류대란 사태를 고려해 관례상 응해왔던 승선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하선하는 준법투쟁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최근 세계 2대 선사인 MSC가 HMM 선원을 겨냥해 스카우트에 나선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선박 확충에 나선 MSC는 HMM 선원에게 두 배 넘는 연봉 제공에 4개월 근무라는 매력적 조건을 제시했다. 해상노조는 MSC에 단체 지원서도 낼 계획이다.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인 선박에 대해선 사직 또는 승선계약서 종료를 근거로 집단 하선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역·작업 인부가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증서를 제시하기 전까진 작업자 승선도 거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적정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 선원이 없는 것인데, 이를 개선하지 않고 몇 남지 않은 대한민국 선원에게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1년 넘게 하선하지 못해 가정을 박살나게 만드는 것은 선상 노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수출입의 99.7%를 담당하는 대한민국 선원들이 얼마나 코로나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는지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해상노조는 육상노조와 협의해 쟁의 행위를 진행하겠다면서도 사측이 전향적 안을 갖고 온다면 다시 협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육상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2대 선사인 MSC의 채용 공고. 1만TEU 이상 중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업체가 국내엔 HMM뿐이라는 점에서 HMM 선원을 겨냥한 채용공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업계)
필요 선원 못채울 수도…“물류대란 불가피”

해상노조의 파업은 곧바로 선박 운항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선원법 등에 따르면 최소 승무 선원을 채우지 못하면 출항이 불가능하다. 1만6000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만 해도 최소 14명 이상이 승선해야 하며 여기엔 항해·기관 등 부문별 인력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항해·기관 등 주요 사관급 선원은 주로 한국인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이 모두 하선한다면 HMM 선박은 멈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탓에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유일한 국적 선사인 HMM이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한 글로벌 물류대란 상황에서 시장 논리보다 국익을 우선해 국내 기업에 선복량을 우선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해상 운송수단 수급이 빡빡해 HMM 파업에 따른 마땅한 대책을 강구하기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물류 수요가 늘어난 데 비해 수년간 급감한 컨테이너선 발주로 선박 공급도 제한됐고 주요 항만에서의 적체 현상까지 더해져 선복량이 부족하다”며 “지금 해운 물류 자체가 비정상적 상황인 만큼 HMM 파업 영향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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