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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15일 교육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반도체 부족 인력을 이 같이 추산했다.
황 교수는 “반도체 계약학과는 교수 선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성이나 효용성이 없다”며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키워내는 것만이 현재 유일하게 가능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교육부가 첨단산업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산업·과학기술 생태계를 이해하고 현장과 적극 소통한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황 교수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와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에서 연구를 한뒤 1998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온 반도체 전문가다. 2014년부터 2년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특히 산업계 기술 발전을 대학이 따라가지 못해 관련 인재 양성에서 소홀해졌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기업의 반도체 기술이 워낙 앞서다보니 학교에선 반도체 기술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며 교수도 뽑지 않고 대학원생도 안 뽑은 것”이라며 “이런 영향으로 학부생까지 축소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에 따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예산을 투입하고, 고급인재와 가르칠 교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계 관계자들도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교원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김형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공대 졸업생을 신입직원으로 채용한 경우 학교 교육이 실제 반도체 개발·생산과 거리가 있어 2년 이상의 현장 경험과 재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업 주도로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있지만 교수 채용의 어려움, 투입 비용의 부담 등 고충이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김 부사장은 이어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과 더불어 기업과 대학이 계약학과를 개설할 때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지훈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정부·대학·기업 협력, 운영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산업자원통상부 주도로 1995년 설립된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가 대표적 사례다. 현재 이곳에는 경북대·광운대·한양대 등 6개 대학이 참여해 학부·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설계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학과의 학생 수가 늘면 교수 수가 늘어야 한다”며 “반도체 전공 교수 수가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양성을 강조하자 이날부터 장상윤 차관을 팀장으로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을 가동했다. 특별팀은 향후 반도체 인재양성 관련 정책과제를 발굴·협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