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국산화라는 표현을 경계했다. 우리나라가 핵심 광물이나 소재 분야도 배터리와 비슷한 인식을 두고 그 자체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이차전지용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이나 필수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은 소재기업들 스스로가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다만, 아직 국내 소재 산업 경쟁력이 약한 부분이 있으니 단기간 내 역량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
박 수석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밸류체인을 살펴보면 조달, 수요 측면이 약점”이라며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일본에는 근소하게 뒤처지거나 비슷한 양상이고, 중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하다. 수요 측면에서는 내수시장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분석 자료를 보면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2028년 자국 내에서 배터리를 전량 생산하고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나, 소재는 100% 역내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는 “2030년에도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 생산되는 소재는 필요량 대비 양극재는 25%, 음극재는 13%에 불과할 전망이고 핵심 광물은 말할 것도 없다”며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낮아지긴 하겠지만, 핵심 광물과 소재 분야는 배터리에 비해 많은 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박 연구원은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핵심 광물 매장량이나 채굴량 점유율은 높지 않으나 정제-제련과 소재 제조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데, 지금까지 어떻게 경쟁력을 키우며 점유율을 높여 왔는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이 2010년부터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중심으로 보조금을 제공해왔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차량 가격의 최대 50%에 달하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국산 점유율을 급격히 높인 것이 2010년대 초반 5%에 불과하던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을 불과 4년 만에 50% 이상으로 키운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은 이때 자국의 이차전지, 소재 분야까지도 경쟁력을 키웠다”며 “양극재는 2012~2016년 4년간 자국 내 생산량을 4만4000톤(t)에서 16만2000t으로, 음극재는 2만8000t에서 12만3000t으로 4배 가까이 불렸다. 현재 중국의 압도적인 글로벌 점유율에는 이 시기가 큰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중국의 사례처럼 핵심 광물을 채굴해 정제, 제련을 거쳐 소재까지 제조하는 과정을 하나의 큰 산업으로 보고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소재 산업은 이차전지에 종속적이며 의존적인 경향이 강하다”며 “원료에서 소재까지의 산업이 스탠드 얼론(Stand-alone) 할 수 있어야 중국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