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의 잔혹 범죄"…이춘재 연쇄살인 수사 34년만 종료(종합)

경기남부청, ‘이춘재 연쇄살인 종합 수사 결과’ 브리핑
1986~1991년 경기도 화성 등지서 14명 성폭행, 살해
"이춘재, 범행 죄책감 없어…사이코패스 성향 뚜렷”
"수사 미흡·인권침해 정황 확인…피해자께 사죄"
  • 등록 2020-07-02 오후 2:47:07

    수정 2020-07-02 오후 10:09:51

[수원=이데일리 공지유 정병묵 기자] 1980년대 경기 화성 일대 등에서 14건의 연쇄 살인을 저지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춘재가 ‘욕구 해소와 내재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가학적 형태의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당시 열악한 수사 환경으로 인한 초기 대응이 미흡했으며 경찰관의 인권침해 수사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공소시효 만료로 이춘재는 처벌 없이 기존 수감 중이던 부산교도소로 이감됐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청사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춘재, 가정환경·군시절 영향으로 범행…사이코패스 성향 뚜렷”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일 수원시 청사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국에서 소집된 프로파일러들과의 면담과 심리검사, 진술 및 행동특성 분석, 사이코패스 평가 등 모든 자료를 종합 검토한 결과, 이춘재는 군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던 중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의 상태에서 상실된 자신의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여에 걸쳐 경기도 화성, 수원 등지에서 14명을 성폭행, 살해했다. 부녀자 9명도 성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기수 이춘재연쇄살인사건수사본부장은 “이춘재는 어린 시절 자신의 감정을 얘기할 수 없는 가부장적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며 “그러다 군대에서 자신이 탱크를 몰며 주도적인 행동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고 그것이 나아가 범행과정에서도 표출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분석에 따르면 이춘재는 성범죄와 살인을 지속하면서 죄책감 등의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감정상태에 따라 연쇄살인을 하게 됐다. 점차 범행수법도 잔혹해졌으며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이춘재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은 “수사 초기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자신의 건강 및 교도소 생활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반 본부장은 “실제로 이춘재에 대해 사이코패스 검사를 한 결과 상위 65~85%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미흡…인권침해 등 위법행위 확인”

당시 경찰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에 각 사건을 개별 사건으로 판단하여 수사를 진행하다가 4차 사건 발생 이후에 비로소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사본부를 편성한 아쉬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6차 사건 발생 이후인 1987년 7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이춘재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현장 음모와 혈액형 및 형태적 소견이 상이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로 그를 범인으로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를 중단했다. 현장 음모 혈액형은 ‘B형’으로 감정돼 ‘O형’인 이춘재는 배제됐다.

경찰 관계자는 “혈액형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모발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자문이 있었다”며 “당시 감정과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당시 이춘재를 수사 대상자로 선정해 수사했음에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조기에 검거하지 못하고,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 것은 경찰의 큰 잘못으로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국과수의 감정 과정에 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조작이 아닌 오류라고 다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춘재 8차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국과수 감정이 조작됐다”고 주장해 경찰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에 대해서는 이전 말했던 바와 같이 ‘조작’이 아닌 ‘감정인의 중대한 오류’로 판단했다”며 “따라서 국과수 담당자 등을 따로 입건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한 부당한 신체 구금과 자백 강요 등 경찰관의 직무상 위법행위가 확인됐고 경찰 수사 단계 이후의 절차에서도 이러한 경찰관의 위법 행위는 문제시되지 않았다”며 “실종 신고된 피해자의 유류품 등이 발견됐음에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을 수사한 당시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음’ 의견 예정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증거물 은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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