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배신자’는 돼도 ‘앙숙’은 안된다? 홍준표의 모순

현역 안상수 낙천… 친홍 조진래에 ‘창원’ 전략공천
여론조사 선두지만… 홍준표와 ‘오랜 악연’ 걸림돌
“광역 6곳 수성” 홍준표 거취에 영향 없는 기초단체장
‘절대불가’ 외쳤던 남경필·서병수는 마뜩찮아도 ‘공천장’ 준 것과 대조
  • 등록 2018-03-30 오후 5:25:52

    수정 2018-03-30 오후 7:33:08

안상수 창원시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30일 6.13 지방선거에 등판시킬 창원시장 후보로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확정지었다.

당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보였지만 홍 대표와 오랜 악연이 있는 안상수 현 창원시장엔 경선 기회도 주지 않아, 한국당과 홍 대표의 객관적 공천 ‘기준’에 의문이 제기된다. 남경필 경기지사, 서병수 부산시장과 비교해도 홍 대표가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선 가능성 없다”던 서병수, “배신자” 남경필은 공천주고…

홍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리는 등 지방선거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낙천자들의 반발엔 ‘무시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사실상 지방선거 공천권을 틀어쥔 홍 대표의 사천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월 전국위원회에서의 당헌당규 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당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선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한 지역은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도록 당헌당규를 바꿔, 전략공천 확대의 길을 텄다.

이후 한국당은 공천면접 심사를 거쳐 부산시장 후보에 서병수 시장, 경기지사 후보에 남경필 지사 등을 전략공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단체장이 홍 대표가 앞서 공개적으로 ‘공천 불가’를 외쳤던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서병수 시장의 경우 친박근혜계로, 홍 대표가 “당선 가능성이 없는 현역을 신인과 경선에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도 없다”면서 경선 배제 입장까지 밝혔던 인사다. 그러나 홍 대표는 ‘대안 부재’에 부딪히면서 서 시장 전략공천으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박민식 전 의원이 강력 반발했고, 친홍계였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탄핵정국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 홍 대표가 “배신자”로 낙인 찍었던 인물이다. 홍 대표는 남 지사에 대해서도 “복당 절대불가”, “경기지사 후보 히든카드” 등을 언급하며 ‘비토’를 놓다가 “샛문은 열렸다”며 복당을 수용했고, 경선 없이 공천했다. 역시 박종희, 김용남 전 의원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홍 대표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두 현역단체장에 공천장을 준 건 ‘광역단체장 6곳 수성’이란 지방선거 목표 때문으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천명해왔다. 그러나 문재인정권 초 불리한 선거여건에서 현상 유지가 쉽지 않은 구도인데다 ‘확실한 대안 카드’가 없었다. 이 때문에 불명예 퇴진을 피할 요량으로 내키진 않지만 ‘남경필-서병수’ 카드를 뽑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소송’ 공방 벌였던 기초단체장 안상수는 낙천

안 시장은 남 지사, 서 시장과 마찬가지로 홍 대표가 마뜩찮아 하는 정치인이다. 홍 대표와 비슷한 정치경력을 가졌지만 ‘앙숙’ 관계로 통한다.

안 시장은 1946년생으로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 생활을 하다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전신)에서 15대부터 내리 4선 의원을 했다. 2009년 원내대표, 2010년 당대표에 올랐다. 이에 비해 홍 대표는 1954년생으로 안 시장보다 8살 적고, 24회 사시에 패스해 안 시장의 후배 검사 격이다. 그러나 안 시장과 마찬가지로 15대 국회에 입성, 똑같이 4선을 했다. 원내대표는 안 시장보다 한해 빠른 2008년에 맡았고, 대표는 안 시장 뒤를 이어 2011년에 올랐다.

둘 사이 유명한 사건은 2010년 7.14 전당대회 경선과정에서 벌어진 ‘개소송’ 논란이다. 홍 대표가 안 시장을 향해 “개가 짖는다고 옆집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개소리 때문에 이웃과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당내 화합을 하겠냐”고 폭로(?)한 게 발단이다. 그럼에도 안상수 시장은 대표로 선출됐고, 홍 대표는 2등으로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최고위에서 기싸움을 이어갔다.

불과 몇 년뒤 홍 대표가 경남지사, 안 시장이 창원시장으로 만나면서 관계는 역전됐다. 홍 대표는 로봇랜드사업 등 경남도 역점추진사업에 대한 창원시 반대가 이어지자 “일개 창원시장이 상급기관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고, 안 시장은 ‘창원광역시 승격 운동’으로 맞서며 광역-기초단체장으로 ‘불편한 동거’를 해야 했다.

오랜 악연만이 안 시장의 공천 배제 이유는 아니다.

홍 대표에게 안 시장은 남 지사, 서 시장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다. 기초단체장인 창원시장의 수성 여부는 홍 대표가 내건 선거 목표에 직접 해당되지 않는다. 여론조사상 남 지사와 서 시장과 마찬가지로 당내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적합도 1위 결과가 나왔는데도, 경선 없이 공천 탈락시킬 수 있던 이유다.

안 시장은 지난달 24,2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창원 유권자 7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당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3.7%p, 응답률 16.3%,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30.9%를 얻었다. 강기윤 전 의원(7.0%), 조진래 전 부지사(2.3%) 등을 압도하는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혹은 이기우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과의 가상대결에서도 안 시장은 박빙승부를 벌였지만, 조 전 부지사는 20%포인트 이상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3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실사를 통해 현장민심을 파악해보니 안상수 현 시장에 대한 교체 여론이 월등히 높았다”며 “안 시장을 배제하고 사실상 여론조사상 강기윤 전 의원과 조 전 부지사를 놓고 심사했고, 만장일치로 조 전 부지사 공천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홍 대표는 자신에게 뻣뻣하거나 대결하려 들면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현역 프리미엄이 있어 안상수 시장은 선거 결과에 영향력이 있고, 무소속 당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과거 한국당엔 당내 경선과정에서의 불공정성 같은 과정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홍 대표 체제에선 방식의 문제가 제기되는데도 홍 대표는 과정과 방식 문제를 뒤섞어 ‘잡음 없는 공천 없다’고 말한다”며 “사천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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