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G7 최저임금제는 상향식 차등적용이다?

  • 등록 2023-06-15 오후 5:09:53

    수정 2023-06-15 오후 5:09:53

[이데일리 이정민 인턴기자]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주요 쟁점은 업종별 차등적용이다. 이는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정하는 현행과 달리, 산업별로 다르게 정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출처=연합뉴스)


최저임금법이 처음 도입되었던 1988년에는 산업별로 저임금 그룹과 고임금 그룹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당시 음료품·가구·인쇄출판 등 16개 고임금 업종에는 시급 487.5원, 식료품·섬유의복·전자기기 등 12개 저임금 업종에는 시급 462.5원을 적용했다.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면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하자는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고,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를 발생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3차 회의에서 “G7과 같은 주요 선진국들은 차등적용을 하더라도 기존 최저임금보다 높은 상향식이지 하향식 차등적용은 없다”고 주장했다.

G7 국가들의 최저임금제도는 상향식 차등적용일까. G7 국가에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가 있다. 최저임금제도 없이 단체교섭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국은 최저임금 제도를 운용 중이다. 각국 노동부, 정부 웹사이트와 최저임금위원회가 펴낸 ‘2022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관련 논문 및 보고서를 바탕으로 팩트체크했다.

미국 주별 최저임금 현황. 진한 파란색은 주 최저임금이 연방보다 높은 경우(출처=미국 노동부)


미국은 공정근로기준법(The Fair Labor Standards Act)에 따라 결정되는 연방 최저임금과 각 주의 법률에 따라 정해지는 지역별 최저임금이 있다.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로 2009년 이후 고정된 상태다. 각 주정부에서 정한 최저임금이 연방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연방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연방 정부가 일종의 ‘하한선’을 제시하는 셈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연방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주는 캘리포니아(14~15달러), 플로리다(10달러), 매사추세츠(14.25달러), 뉴욕(15달러) 등 30곳이다. 워싱턴D.C. 최저임금이 16.50달러로 가장 높다. 인디애나, 아이오와, 캔자스,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위스콘신 등 15개 주의 최저임금은 연방 최저임금과 같다. 주 최저임금 규정이 따로 없는 앨라배마, 미시시피, 테네시 등 5개 주 역시 연방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미국의 50개 주 중 29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 정부가 정하는 최저임금 적용 예외 규정들도 많다. 20세 미만 근로자가 고용 후 첫 90일 동안 받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4.25달러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에게는 주 정부 최저임금의 85%를, 직업 훈련생에게는 최저임금의 75%만 지급할 수 있다.

일본 지역별 최저임금 현황(출처=일본 후생노동성 '최저임금제도' 안내 전용 웹사이트)


일본은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업종별) 최저임금, 2종류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지방자치단체 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임금이다. 후생노동성 자문기구인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인상폭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47개 지자체(도도부현)가 지역 사정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2023년 기준 지역별 최저임금은 시간당 최저 853엔(고치현, 오키나와현 등)에서 최고 1072엔(도쿄도)으로 그 격차가 219엔이다.

지역별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노사가 판단하면 특정 최저임금을 신청할 수 있다. 지방 노동 국장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 최저임금심의회의 조사와 자문을 거쳐 특정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특정 최저임금은 현재 일본 전국에 227건이 정해져 있다. 지역·특정 최저임금이 동시에 적용되면 더 높은 금액을 적용한다.

일본 최저임금법 제 16조에 따르면 “특정 최저임금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액은 지역별 최저임금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액을 상회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에 한계가 있다. 논문 ‘최저임금의 적용 차등화 방안 연구(조상균)’는 “특정 최저임금은 임의적 결정, 그리고 위반에 대한 벌칙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지역별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보충적 최저임금”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역 최저임금이 1023엔인 오사카의 경우, 페인트 제조업(1031엔), 일반 기계 및 장비 제조업(1028엔)의 경우 특정 임금이 지역 최저임금보다 높지만, 철강 산업(996엔), 전자부품 관련 제조업(994엔)의 특정 임금은 지역 임금보다 낮았다.

2023년 기준, 일본 전국 평균 지역별 최저임금을 계산하면 시간당 961엔이다. 47개 지자체 중 평균 최저임금보다 높은 지역은 도쿄(1072엔), 오사카(1023엔), 교토(968엔) 등 7곳이며 평균보다 낮은 지역이 오키나와(853엔), 가고시마(853엔), 후쿠오카(900엔) 등 40곳이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선 최저임금이 1000엔을 넘지만, 오키나와, 사가, 나가사키 등 상당수 지방에서는 800엔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방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올해 내 시간당 최저임금을 전국 평균 1000엔까지 올리겠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영국 최저임금(출처=영국 행정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법정 단일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되, 연령이나 숙련도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둔다.

영국의 경우, 국가생활임금(National Living Wage, NLW)과 국가최저임금(National Minimum Wage, NMW)이 있다. 23세 이상 근로자는 국가생활임금을, 23세 미만 근로자와 수습생은 국가최저임금을 받는다.

2023년 기준, 국가생활임금은 시간당 10.42파운드이다. 국가생활임금은 연령과 숙련도에 따라 다시 3구간으로 나뉜다. 21~22세(10.18파운드), 18~20세(7.49파운드), 18세 미만 근로자와 수습생은 5.28파운드를 받는다. 23세 이상 일반 근로자와 수습생의 임금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수습 기간 안에 있는 21세 노동자는 5.28파운드를, 수습을 마친 21세 노동자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 10.18 파운드를 받는 식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산별교섭의 전통이 강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기업들이 단체임금 협약 의무에서 벗어나 저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 사용자 단체를 탈퇴했다. 이에 따라 단체임금 협약의 보호권 밖으로 밀려난 근로자가 급증하자 2015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독일 산별 최저임금 현황(출처=독일 통계청, 제작=이정민 인턴기자)


독일은 법정 최저임금제를 기본으로 하고, 단체협약을 통해 산업별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독일 최저임금은 시간당 12유로다. 산별 최저임금은 직업교육, 지붕수리업, 전기수공업, 건물청소업, 간병, 페인트·도색업 등에서 적용되고 있다. 숙련도, 자격증 소지 여부에 따라 임금이 다르게 적용된다. 간병업의 경우 미숙련자는 13.9유로 숙련자는 14.9유로, 추가 자격증이 있는 숙련자는 17.65유로를 받는 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행한 ‘국제노동브리프(2019년 12월호)’에 따르면 해당 산업 분야들은 최저임금법이 시행될 당시부터 이미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있었다. 독일 통계청에 게시된 업종별 최저임금을 살펴보면 현재도 모두 법정 최저임금인 12유로보다 높았다. 다만, 독일에도 다양한 최저임금 적용 예외 조건이 있다. 직업 훈련을 마치지 않은 18세 미만 청소년, 직업훈련생, 장기실업 후 고용된 6개월 미만의 자가 그 대상이다.

프랑스 연소자 최저임금(출처=프랑스 정부)


프랑스도 ‘스믹’(SMIC)이라는 법정 단일 최저임금을 채택하되, 연령과 숙련도에 따라 차이를 둔다. 18세 이상 성인이 받는 시간당 11.52유로가 법정 최저임금이다. 17세 근로자는 10.37유로, 16세 이하 근로자 9.22유로를 받는다. 실무 경험이 6개월이 안되는 18세 미만 노동자에겐 기존 최저임금의 10~20% 감액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연령별 차등적용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 소재 싱크탱크 ‘세대 간 재단’에 따르면 청년들의 임금을 낮춰 취업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 임금 차등을 둔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데 나이만을 이유로 감액된 최저임금을 받는 것은 차별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들은 ‘완전한(full)’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영국 비영리단체인 ‘생활임금재단(Living Wage Foundation)’에서는 18세 이상 모든 근로자에게 같은 최저임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최저임금 (출처=캐나다 정부)


캐나다는 주별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올해 4월에 발효된 연방 최저임금(16.65 캐나다 달러)이 있지만 연방 정부의 규제를 받는 은행, 항공사, 우편서비스, 항만 등에만 적용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가 펴낸 ‘2022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에서는 캐나다 GDP의 35.4%(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최대 경제권인 온타리오주의 최저임금제를 소개했다.

2023년 기준 온타리오주의 일반 근로자가 받는 최저임금은 15.5 캐나다 달러이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연령·업종별 차이가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 근로자는 일반 최저임금의 약 94.2%인 14.6 캐나다 달러, 재택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110%인 17.05 캐나다 달러를 받는 식이다. 사냥·낚시 가이드, 야외 활동 근로자의 경우 시간당 15.4 캐나다 달러(5시간 미만), 31.05 캐나다 달러(5시간 초과)를 받는다.

◇검증 결과

미국, 캐나다 등 연방제 국가의 경우 각 주의 최저임금이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더라도 연령, 숙련도에 따라 최저임금 예외 및 특례 규정이 다양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산별 최저임금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경우가 있지만 직업훈련생, 장기 실업 후 취업한 자, 청소년 등 예외 및 감액 조건들이 많다. 일본은 법정 단일 최저임금이 없고, 같은 업종이어도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 차이가 있는 등 일률적 비교가 쉽지 않다. 따라서 G7 최저임금제를 상향식, 하향식이라고 단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검증 결과는 ‘판단 유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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