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다 센 통신 독과점 개선 대책, 통할까[김현아의 IT세상읽기]

  • 등록 2023-07-10 오후 6:55:51

    수정 2023-07-10 오후 6:55:5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영ㆍ영업 관행ㆍ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과 통신 산업의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한 뒤, 지난주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방안’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두 부처가 전담팀을 꾸려 수개월 간 논의한 뒤 내놓은 방안이어서 관심이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으로 금융·통신 산업의 변화가 어느 정도 이뤄질 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30여년 만에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가겠다고 밝혔지만 체급 차이가 커서 상징적인 효과에 머물것이란 평가도 있고, 제4이동통신 설립 지원 역시 이명박 정부때부터 일곱 차례나 고배를 마신 컨소시엄 회사(미래모바일)만 도전을 시사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①금융보다 센 통신분야 독과점 대책 ②대책은 세지만 뭔가 조화롭지 않은 느낌 ③계륵(鷄肋)이 된 단통법이 떠오릅니다.

은행보다 센 통신 대책

정부가 금융과 통신을 꼭 찍어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한 것은 경쟁이 제한된 산업의 특성을 기반으로 손쉽게 수익을 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5대 시중 은행은 코로나로 늘어난 대출 규모를 기반으로 역대 최고 수익을 올렸죠. 2022년 5대 시중은행의 당기 순익은 12.7조원이고, 같은해 성과급과 배당금은 2조원이었습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7%, 11% 늘어난 겁니다.

3대 통신사는 은행에 비해 이익은 적지만, 요금 경쟁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2년 3대 통신사의 영업이익(비통신분야 포함)은 3조 8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었죠. 여기에 28㎓ 대역에서 설비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정부의 미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금융과 통신의 경쟁촉진 정책은 온도 차가 있습니다. 통신이 더 세게 나왔죠.

금융당국은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을 언급하면서 무엇보다 시장에 충실한 정보 제공(소비자 와 시장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반면, 과기정통부는 ‘요금경쟁을 넘은 근본적인 경쟁 친화 환경’을 강조하며 신규 통신사와 알뜰폰 성장지원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금융권 대책에는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를 확대하거나 허용하는 방안이나 ▲빅테크들이 관심을 뒀던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도입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올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 안전성 이슈가 부각된 탓도 있죠. 하지만, 금융의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는 와중에 개혁의 동력이 상실됐다는 평가는 불가피합니다.

반면 통신권 대책에는 ▲제4이동통신 준비 사업자에 대한 통 큰 지원(주파수할당대가 1년차 총액 25%납부→10% 납부, 정책금융 최대 4천억 지원, 통신망 미구축 지역에서의 타사 네트워크 이용 의무제공)▲국회에서 일몰된 통신사 도매제공 의무 상설화와 통신 자회사 알뜰폰 시장 점유율 규제 강화(완성차 회선 제외 조항 신설로 영업 규제 강화)등이 담겼죠.

새로운 기업이 나오면 특혜 시비가 일더라도 통 크게 지원할 것이고 알뜰폰을 금융권에 개방하지만,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영업을 자제하라는 이야깁니다.

이는 은행에게 상생금융(ATM 수수료 현행 유지 및 감면 등)을 압박하면서도, 은행의 투자자문업 범위를 부동산외에 금융상품 자문까지 추가하도록 하는 등 활성화 조치를 내건 금융당국과는 온도 차가 납니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의 목표는 멀까?

사실, 정부가 특정 업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이슈는 아닙니다. 핵심은 이용자 후생이 커지고 ICT 산업 생태계에서 통신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죠.

그런데, 아쉽게도 이처럼 센 통신분야 경쟁촉진 대책은 자칫 ‘종이 호랑이’가 될 우려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국민 편익 관점부터 볼까요? 정부가 밝힌 통계 자료를 보면 가계통신비(소비지출)는 2022년 12만 8천원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는데, 통신서비스는 2.5% 증가했고 통신기기는 7.2%증가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또, 소비지출 대비 통신비 비중은 2022년 4.9%로 오히려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확인되죠.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도 보고 동영상도 보는 시대라, 국민이 체감하는 통신비는 높을 수밖에 없지만, 가계통신비에서 단말기 가격 인하가 핵심 이슈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원금을 공시보다 더 주면 처벌받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폐지하지 않은 채, 그저 유통점에서 자체적으로 줄 수 있는 지원금만 공시 지원금의 15%에서 30%로 올린다고 발표했죠.

수년 전부터 국회에선 단통법을 폐지하고 완전자급제(단말기와 통신서비스 가입의 분리)로 가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거기까지는 못가고 땜질식 처방이 머물렀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공시 지원금은 낮아지고 대형 유통점 추가 지원금만 오르는 조삼모사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자 활성화는 언급은 됐지만, 원래 있던 계획을 다시 언급한 수준입니다. 5G 전국망 조속 구축, 28㎓ 대역 이용처 다양화, 6G 시대 기술 기반 조성 같은 것들은 이미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반면, 고사 직전인 통신 장비 업계가 바라는 신규 5G 주파수 할당은 언급조차 없었죠.

이제라도 세부적인 부분을 만드는 과정에서 열린 토론이 필요합니다. 특히 단통법은 국회에서 폐지까지 염두에 두고 논의됐으면 합니다.

도매제공 의무제도 재도입 역시 다른 나라에선 거의 없는 규제라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도 과방위에서 활동했을 때 알뜰폰 회사의 자생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당 규제의 일몰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내게 맞는 요금을 통신사가 알려주는 최적요금제 고지 제도는 개인적으론 빨리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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