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 강모씨는 격리해제서를 발급받기 위해 격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서울의 한 보건소를 방문했다. 보건소 민원실 창구 앞으로 간 강씨가 직원에게 개인정보와 확진 날짜를 이야기하자 직원은 “그럼 지금 여기 오시면 안되죠. 얼른 돌아가세요”라고 놀라며 소리쳤다. 강씨는 “이것만 받고 가려고 한 건데 안되는 건가, 잠깐 나오는 건 되는 줄 알았지”라고 머쓱해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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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소홀’에 격리자 무단외출…합법외출도 ‘혼란’
지난달 말 확진된 경기 산본의 30대 박모씨는 일주일 격리 기간 중 이틀 동안 ‘야간산책’을 다녀왔다. 홀로 사는 그는 키우던 반려견도 바깥 구경을 할 수 없어 답답해한다며 자신의 무단외출을 정당화했다. 그는 “코로나19 초기엔 바깥에 나갔다가 걸려서 처벌받은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요샌 제대로 검사도 안하지 않느냐”며 “약국도 다녀왔는데 마스크를 잘 꼈으니 문제될 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확진자들의 대면진료와 처방약 수령 허용 등 격리 제약이 완화되면서 ‘어디까지 외출이 가능한가’를 놓고 혼란도 발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확진자들의 대면진료와 처방약 수령을 위한 병원·약국만 방문할 수 있다. 다른 장소를 방문하거나 잠시 외출하는 건 모두 불가능하고 이동할 때도 도보 또는 자차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확진자가 약 받으러 외출해도 되나요?”, “쓰레기 버리러 잠깐 나갔다 와도 괜찮은가요?”, “아픈데 택시타고 병원가도 되나요?” 등 외출 가능 범위와 방법 등 각종 질문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 약 받으러 가는 건 되고, 생필품 사러 가는 건 왜 안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도대체 누가 확진자?…“양심 지켜달라”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70대 유모씨는 누가 확진자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유씨는 “병원은 확진자들이 많이 오니까 병원 가면 더 걸릴 것 같더라”며 “요즘 몰래 나오는 사람도 많다고 하고 코만 내놓고 마스크 쓰는 사람도 많은데 방역 심리 자체가 많이 낮아져서 아직 코로나19에 안 걸린 사람 입장에선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안산에 거주하는 김모(69)씨는 “확진된 지인이 꽃구경하고 싶어서 나갔다 왔다더라”며 “코로나 초기엔 그렇게 열심히 찾아내더니 이젠 누가 제지하지도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폭증하는 확진자들의 동선을 철저히 관리할 수 없는 만큼 ‘개인의 양심’을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에 확진자만 20만~30만 명씩 나오고 전 국민의 약 30%가 코로나19에 걸렸는데 보건소에서 이들을 모두 모니터링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 상황이 3년째 지속되는 상황에서 격리 기간 외출이 안되는 줄 알았다는 건 말이 안된다, 본인이 양심을 걸고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