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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성적 일부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성적 공개를 사흘 앞둔 지난 1일부터 수험생 300여명이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성적을 미리 확인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정시 확대를 앞둔 가운데 수능 성적이 사전 유출되면서 관리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교육부도 평가원을 대상으로 조만간 감사에 착수하는 등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고 있다.
평가원은 2일 수능성적 사전 유출 논란이 일자 설명자료를 통해 이를 인정한 뒤 사과했다. 평가원은 “지난 1일 오후 9시56분부터 2일 새벽 1시 32분 사이 졸업생 312명이 수능 성적증명서 발급 서비스에 접속, 본인 성적을 사전 조회했다”며 “수능성적 사전 조회와 관련해 수험생·학부모께 혼란을 야기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수능 성적을 확인했다는 인증 글이 수험생 커뮤니티에 도배되는 등 논란이 확대됐다. 성적을 확인한 수험생들은 가채점 결과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며 실제 성적이 맞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성적 확인은 기존 성적 이력 연도를 ‘2020’으로 바꾸는 방식이라 재수생 등 졸업생만 가능했다.
문제는 평가원이 지난해 8월에도 감사원으로부터 보안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평가원의 중등교원 임용시험 관리 실태 감사에서 “평가원의 온라인 시스템 전산 보안 관리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고도 1년 만에 비슷한 문제점을 노출한 것. 1994학년도에 수능 시험이 도입된 이래 일부 수험생만 성적을 확인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검토 중”이라며 “교육부가 수능 업무를 위탁하고 예산도 주기 때문에 수능채점 과정에서의 문제점이나 보안 문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수험생의 성적이 사전 유출되면서 성적 조기 공개 요구가 있었지만 평가원은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키로 했다. 평가원은 “수능 성적은 예정대로 4일 오전 9시부터 제공할 것”이라며 “사전 조회자 312명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성적을 제공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