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호"…'사랑해요' 보낸 비서가 언급한 박원순 '행적'

책 통해 성폭력 피해 구체적 언급…"더럽고 찝찝"
현직기자 "비서가 거짓말…먼저 ''호 해달라'' 요구"
법원, ''성추행인정'' 인권위 결정 적법성 11월 결론
  • 등록 2022-10-19 오후 4:40:28

    수정 2022-10-19 오후 4:40:2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의혹 사건 피해자인 비서 김잔디(가명)씨의 ‘사랑해요’ 메시지가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김씨가 올해 출간한 책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사실관계가 전혀 다르다”는 주장에 반박도 제기되고 있어, 법원 판결 전까지 진실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 전 시장 유족의 행정소송 법률 대리인이었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에 김씨와 박 전 시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해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유족이 ‘비서 성희롱을 인정한 결정을 취소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해, 사건에 대해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공개된 메시지는 비서 김씨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꿈에서는 마음대로ㅋㅋㅋ” 등이었다. 박 전 시장은 김씨에게 “그러나 저라나 빨리 시집가야지ㅋㅋ”, “내가 아빠 같다”고 답문을 보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두 책. 왼쪽은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쓴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오른쪽은 손병관 기자가 쓴 ‘비극의 탄생’.
정 변호사는 메시지를 공개하며 “상사에게 선을 넘는 접근을 하는 이성 직원은 아무리 충실해도 거리를 둬야 한다”며 “박 전 시장은 시민단체 활동만 오래 했기 때문에 이 사건 전까지 상사에게 선을 넘는 접근을 하는 이성 부하직원을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박 전 시장을 두둔했다.

이에 대해 김씨 법률대리인인 강윤영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해당 메시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인권위에 제출한 자료”라며 “정 변호사가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편집해 공개한 것으로, 인권위에서는 위 포렌식 내용 등의 자료를 종합해 성희롱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에 대해선 “변호사로서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이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박원순, 화장실 다녀온 후 손 안 씻고 신체접촉”

김씨도 지난 1월 발간한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통해 박 전 시장으로부터 당했다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2015년부터 박 전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는 김씨는 “어느 날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박 전 시장이) 화장실에 다녀와서 손을 안 씻거나 자주 코를 판 손으로 셀카를 찍자며 내 어깨에 자주 손을 올리고 허리와 엉덩이 등을 감쌌다”고 했다. 또 “내게서 나는 향기가 좋다면서 킁킁거리는 시늉을 하며 코를 내 신체에 가까이 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8년 9월 “명백한 성추행이 있었다”고 적었다. 김씨는 “업무차 들어간 집무실에서 (박 전 시장이) 갑자기 ‘여기 왜 그래? 내가 호 해줄까?’라고 말하며 무릎에 입술을 갖다 댔다”고 했다. 김씨는 “(사건 직후) 집무실에서 나와 손세척제로 박 전 시장 침이 묻어 있는 무릎을 깨끗이 닦았다. 너무 더럽고 찝찝했다”고 밝혔다.

정철승 변호사가 공개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김씨는 박 전 시장에게 들었다는 구체적인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내실에 둘만 있을 때 소원을 들어달라며 안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여자가 결혼을 하려면 섹스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문자를 보냈다”, “러닝셔츠 차림의 사진을 보내며 나한테 손톱 사진이나 잠옷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등이었다.

또 ‘내가 지금 갈까’, ‘나 혼자 있어’,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예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내일 손 잡아줘’ 등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박 전 시장이) 수도 없이 보냈다”고 책에 적었다.

피해자 “신원노출 우려해 성형수술·개명”

계속되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피해 2019년 시장실을 탈출해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부서 이동) 이후에도 사적 연락을 계속했고 수위는 심각해졌다”며 “(박 전 시장이) ‘이제 다른 부서 갔으니 몰래 만나기 좋겠다’고도 했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또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공격과 신상노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성형수술과 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자 김씨 책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반박하는 내용의 책 ‘비극의 탄생’의 저자인 손병관 기자는 소셜미디어에 “김씨가 (책을 통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손 기자는 ‘무릎 호’ 사건과 관련해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의견서를 근거로, 피해자가 먼저 ‘시장님 저 무릎 다쳤어요, 호 해주세요’라고 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반박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영결식이 2020년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당시 서울시 장(葬)에 대한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사진공동취재단]
‘셀카 사진’에 대해서도 “경찰과 인권위 모두 ‘과도한 신체 접촉’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가 보여준 문자와 사진을 봤다는 목격자를 만난 적이 있다”며 “러닝셔츠 입은 사진 말고는 ‘냄새 좋아, 킁킁’ 메시지가 마음에 걸릴 뿐 나머지는 친근감을 표현하는 메시지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권위 “성희롱 인정”→유족 “일방적 얘기만 들어” 소송

앞서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가 그날 오후 3시께 경찰에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였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가운데, 인권위는 직권으로 조사를 진행해 지난해 1월 “성희롱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시장 유족은 같은 해 4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일방적 얘기만 듣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성희롱 인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 김씨 측도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성희롱 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유족의 소송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1년 4개월이 넘는 심리 끝에 지난 8월 23일 변론을 종결했다. 당초 선고는 이달 18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다음 달 15일로 연기된 상태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올 경우 성희롱 유무를 둘러싼 진실게임 양상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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