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박 전 시장 유족의 행정소송 법률 대리인이었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에 김씨와 박 전 시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해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유족이 ‘비서 성희롱을 인정한 결정을 취소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해, 사건에 대해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공개된 메시지는 비서 김씨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꿈에서는 마음대로ㅋㅋㅋ” 등이었다. 박 전 시장은 김씨에게 “그러나 저라나 빨리 시집가야지ㅋㅋ”, “내가 아빠 같다”고 답문을 보냈다.
|
이에 대해 김씨 법률대리인인 강윤영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해당 메시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인권위에 제출한 자료”라며 “정 변호사가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편집해 공개한 것으로, 인권위에서는 위 포렌식 내용 등의 자료를 종합해 성희롱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에 대해선 “변호사로서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이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박원순, 화장실 다녀온 후 손 안 씻고 신체접촉”
그리고 2018년 9월 “명백한 성추행이 있었다”고 적었다. 김씨는 “업무차 들어간 집무실에서 (박 전 시장이) 갑자기 ‘여기 왜 그래? 내가 호 해줄까?’라고 말하며 무릎에 입술을 갖다 댔다”고 했다. 김씨는 “(사건 직후) 집무실에서 나와 손세척제로 박 전 시장 침이 묻어 있는 무릎을 깨끗이 닦았다. 너무 더럽고 찝찝했다”고 밝혔다.
|
또 ‘내가 지금 갈까’, ‘나 혼자 있어’,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예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내일 손 잡아줘’ 등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박 전 시장이) 수도 없이 보냈다”고 책에 적었다.
피해자 “신원노출 우려해 성형수술·개명”
계속되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피해 2019년 시장실을 탈출해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부서 이동) 이후에도 사적 연락을 계속했고 수위는 심각해졌다”며 “(박 전 시장이) ‘이제 다른 부서 갔으니 몰래 만나기 좋겠다’고도 했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또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공격과 신상노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성형수술과 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자 김씨 책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반박하는 내용의 책 ‘비극의 탄생’의 저자인 손병관 기자는 소셜미디어에 “김씨가 (책을 통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손 기자는 ‘무릎 호’ 사건과 관련해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의견서를 근거로, 피해자가 먼저 ‘시장님 저 무릎 다쳤어요, 호 해주세요’라고 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반박했다.
|
인권위 “성희롱 인정”→유족 “일방적 얘기만 들어” 소송
앞서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가 그날 오후 3시께 경찰에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였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가운데, 인권위는 직권으로 조사를 진행해 지난해 1월 “성희롱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1년 4개월이 넘는 심리 끝에 지난 8월 23일 변론을 종결했다. 당초 선고는 이달 18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다음 달 15일로 연기된 상태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올 경우 성희롱 유무를 둘러싼 진실게임 양상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