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침묵 깬 김우중 회장 "대우그룹 재평가해야"

"앞만 보고 달려왔다..젊은이 세계진출 도울터"
  • 등록 2014-08-26 오후 7:53:44

    수정 2014-08-26 오후 10:44:43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역사에서 우리(대우그룹)가 한 일과 주장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과연 대우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길 기대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과거 대우그룹 해체에 대해 부당한 정부조치였다고 항변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굳게 입을 다물었던 김 전 회장이 15년 만에 이례적으로 침묵을 깨고 나온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대우그룹 해체 15주년을 맞아 해체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 참석했다. 옛 대우맨 500여 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 김 전 회장은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억울함, 비통함, 분노도 있었지만 감수하려고 했다”며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 육성기록을 내놓은 배경에 관해 “국가와 이후 세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며 “역사가 주는 교훈을 통해 조금이라도 나은 역사 만들어야 한다”며 과거 잘못된 실수가 미래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김 전 회장은 이날 함께 공개된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가 집필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대우그룹의 해체과정을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되짚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대화록에서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해체가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 관료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기획 해체론’을 주장했다. 대우그룹 해체가 DJ 정부 신흥 관료와의 첨예한 갈등이 배경이었다는 얘기다. 그는 “내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과정에서 경제 관료들과 크게 충돌했다. 금융 위기 극복에 대한 철학의 차이지만 결국 감정 대립까지 갔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취임 초기였던 김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경제 대통령’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자신은 국제통화기금(IMF)프로그램에 따른 구조조정보다는 연간 무역흑자 500억 달러 달성을 통한 IMF 체제 조기탈출론을 내걸었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많아지면서 관료들과 멀어졌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관리들이 열심히 안 한다. 자기 할 일을 안 하고 핑계만 댄다. 이래서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자기들이 못하면 자리를 비켜줘야지…. 그러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데, 안 비켜줘서 할 일도 못하게 한다”고까지 일갈했다. 이후 청와대 쪽에 하루가 멀다고 대우에 관해 나쁜 보고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당시 경제관료팀의 무리한 구조조정 처방으로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가 엄청난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세계경제가 호황이었는데 관리들이 길게 보지 못했다. 20년 이상은 예상하고, 10년은 내다보면서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때는 외국 금융기관, 컨설팅 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들만 쳐다보고 얘기했다. 우리가 세계경영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면 2000년대에 크게 열매를 거둘 수도 있었다. 결국, 그 열매들은 (대우 등을) 인수한 외국투자자들이나 출자전환 해서 들어온 금융기관이 다 갖고 갔다”고 말했다.

또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보니까 정말 싸게 팔았다는 것들이 많지 않은가? 그래서 지금까지 국부(國富) 해외유출 문제가 나오는 거다. 우리가 그렇게 싸게 판 것이 산 사람들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다. 그 사람들은 ‘한국이 문제 많다, 구조조정 해야 한다’고 자꾸 얘기해서 좋은 매물이 싸게 나오면 자기에게 좋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동안 알려진 대우그룹의 해체 원인과 달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헌재 전 금융위원장이 2012년 출간한 회고록 ‘위기를 쏘다’와 배치되는 내용이 많다. 이와 관련 옛 대우그룹 관계자는 “대우그룹 해체의 책임 공방을 하기보다는 대우의 흥망사를 재평가해 보고 한국경제가 건설적인 방향을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우중 전 회장의 각종 발언이 재계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며 “그는 대신 젊은이들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대우인’으로 양성하는 일을 마지막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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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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