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당 24만원”…대선 꿀알바 ‘미끼’, 전국서 다단계 사기?

박모씨 “대선 나갈건데…” 추천인·선거운동원 모집
주민번호·계좌·주소 등 받고, 7~25만원 일당 약속
3억 못내, 후보 미등록…선관위에 피해자 전화 빗발쳐
허황된 꿈꿨나, 사기인가…피해자들 “개인정보 유출 피해”
  • 등록 2022-02-15 오후 4:01:28

    수정 2022-02-15 오후 9:38:36

[이데일리 이용성 김미영 김윤정 기자] 20대 대통령선거 출마자의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면 일당 수십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약속에 속아 전국에 걸쳐 수천명이 개인정보를 털린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출마를 공언했던 사람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고, 선거철 고액아르바이트를 기대했던 이들은 “사기를 당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부위원장→본부장→요원, 다단계식 모집 요구 및 일당 약속

서울 종로에 마련된 박씨의 대선 선거사무실(사진=김윤정 기자)


1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대선 출마를 준비해온 60대 박모씨와 측근들은 무소속 후보 등록에 필요한 추천인을 모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선에 출마할 후보자는 5개 이상 시도별로 주민등록이 돼 있는 유권자 700명 이상, 전국에서 3500명 이상의 추천인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한다.

박씨 측은 추천인에 선거운동 업무도 같이 맡기겠다면서 인건비를 약속하고 모집했다. 이 모집 소식은 가족과 지인 사이에서 ‘꿀알바’로 알음알음 퍼져, 전국에 다단계식으로 인원이 불었다. 박씨 측은 나름의 ‘중앙선거대책위’를 꾸렸고, 선대위 산하 부위원장급엔 일당 40만원을 줄테니 본부장급 18명을 모집해오라고 했다. 본부장은 일단 30만원에 홍보요원 20명을 모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0~100평 사무실을 임대하거나 기존 사무실을 거점으로 삼는 위원장엔 전세금 5000만원 지원과 일당 50만원을 약속했다.

홍보요원에 제시한 일당은 시간당 2만~3만원으로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카카오톡 ‘무소속 박** 피해방’을 보면 충북괴산 지역 피해자는 하루 8시간에 25만원, 경기 안산은 하루 6시간에 12만원, 서울 노원은 4시간에 12만원 등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한다. 일당 지급 약속 시기도 당일치기, 2주 간격, 대선 직후 정산 등으로 갈렸다. 선거 아르바이트를 원한 이들에겐 먼저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 혹은 계좌번호, 집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액 알바를 기대하며 가족과 친구, 지인까지 끌어들여 개인정보를 넘긴 이들 사이에 의심이 번진 건 대선 후보 등록 마지막날인 14일까지 박씨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박모씨가 대선 후보 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수없이 왔다”고 했다.

박씨 측은 그러나 14일까지도 사실왜곡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후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박씨가 선관위를 찾은 사진을 공유하며 “후보 등록 비용 3억원을 완납했고, 선관위 접수처에서 추천인 서명날인과 전화 확인 중”이라고 했다. 등록 마감 시간 후엔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추천서를 적은 것과 갈겨적은 사인 등으로 6000명 추천인 명단작성 중 2000여명만 통과됐다”며 “15일 오전 선관위에서 후보자를 입회해 최종 등록 여부를 심의하겠단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15일 “박씨가 전날 추천장들을 들고 와 서류심사를 하던 중 오후6시까지 기탁금 3억원을 납부하지 않아 심사가 중단됐다”며 “후보 등록이 마감된 상태에서 후보 등록 심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아르바트 신청인들 사이에서 “사기 당했다”는 낭패감이 번졌다. 카카오톡 피해방에 모인 이들은 방 개설 하루도 지나지 않은 15일 오전 200명을 넘어섰다. 전국 팔도에서 모인 이들은 “동네 사람 100명 모으느라 어머니가 고생했는데 이 원망을 어떡하나” “피해자가 수천 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위원장직을 맡기로 하고 사무실 계약금을 냈는데 날릴 판이다. 14일까지 준다던 전세금 지원금도 주지 않았다”는 성토도 올라왔다.

대통령 꿈 꿨나, 사기꾼인가…박씨, 대체 누구?

그렇다면 박씨는 정체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개인정보를 건넨 이들도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 SNS로 유포된 선거운동원 모집 광고글을 보면 1956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미국하버드대를 졸업했다는 미확인 정보 뿐이다. 재산을 두고도 “1조원, 7조원이라더라”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얘기만 오갔다. 카톡 피해방에선 “(지방) 선거사무실이라고 갔더니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계시더라”며 “속은 줄도 모르고 16일부터 일한다고 믿고 계신 분들”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취재진은 15일 오전 서울 종각역 부근에 마련된 그의 선거사무실을 찾아 박씨를 만났다. 박씨는 출생지와 주소지 등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SNS에서 오간 소문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전공분야나 대표적인 대선공약 등에 관한 질문에도 함구했다. 사무실 한 관계자는 “여기엔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로 사무실은 연 지 이틀밖에 안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씨 측은 ‘허위 약속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개인정보를 취득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무실 다른 관계자는 “박씨에게 잘 보이려고 중간에서 누군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뭔가를 모집한 모양”이라며 “개인정보를 모았다는 등의 내용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넘겨줬다는 20대 A씨는 이데일리에 “자격증 시험 준비하면서 친구 통해서 소개받았는데 큰일났다”며 “통장계좌 해지하고 신분증은 곧 분실신고해서 재발급받으려 하는데 내 개인정보가 어디로 갔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카톡 피해방에선 “112, 중앙선관위에 신고하고 사기죄 고소를 검토하자”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백, 수천명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가 나왔다면 작게 볼 수만은 없는 문제”라며 “개인정보를 넘긴 이들은 통장계좌를 정지하고 검찰, 금감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떻게 처벌 받을까.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실제로 활용했을 경우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고, 대선에 출마할 의지가 상당했음에도 추천인을 실제로 돈을 주고 모집했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면 법 위반 사실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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