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 미리 대출 줄였다…신용 경색發 침체 공포

유럽 은행들, 금융 불안 전부터 대출 축소
WSJ "역대급 긴축 따른 리스크 미리 감지"
대출 추가 축소→신용 경색→침체 가시화
일각서 상업용 부동산發 금융위기설 나와
  • 등록 2023-03-28 오후 5:10:40

    수정 2023-03-28 오후 7:35:53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흔들리면서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는 정책당국이 어떻게든 손 써서 막는다고 해도 은행 대출 축소에 따른 신용 경색, 다시 말해 금융기관부터 돈이 돌지 않아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대출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FP 제공)


유럽 은행들 미리 대출 줄였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유럽중앙은행(ECB) 집계를 보면,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은행들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한 달 전보다 32억3000만달러(약 30억유로·4조2000억원) 축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9% 늘었는데, 다만 이는 전월인 1월 5.3%보다는 다소 둔화한 것이다. 은행들은 가계 대출 역시 줄였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달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가 무너지기 직전이다. 당시만 해도 은행들은 고금리 덕에 기업 대출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나, 미리 리스크를 감지하고 대출 줄이기에 나선 셈이다. ECB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거진 초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3.50%까지 급격하게 인상하는 과정에서 은행 자산 가치가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전형적인 신용 경색의 전조 단계다.

대출 축소 흐름은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WSJ는 “향후 몇 달간 은행 건전성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엄격한 대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UBS 합병 과정에서 CS가 170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 처리한데 따른 후폭풍 탓에 금융 불안정성에 높아지고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 상태다. AT1은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자자 동의를 받지 않고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하는 신종자본증권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AT1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어 유럽을 중심으로 발행을 늘려 왔다.

버트 콜리즌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이 경제에 완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매우 불확실하지만 최근 은행권 혼란은 (대출 축소에 따른 신용 경색으로) 경제 활동에 타격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 우려는 점차 잦아드는 분위기이지만, 경기 침체는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루이스 데긴도스 ECB 부총재는 최근 “앞으로 유로존 신용 기준이 더 빡빡해질 것”이라며 “이는 저성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파비오 파네타 ECB 집행이사는 “(이전 통화 긴축 시기보다 가파른 은행 대출 감소는) 그 속도와 규모로 볼 때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주장했다.

유럽뿐만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BS에 나와 “우리에게 불확실한 것은 이번 은행권 스트레스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신용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라며 “은행권 혼란은 미국 경제를 침체에 더 가깝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 리스크를 두고서는 “미국 은행 시스템은 탄력적이고 건전하다며 많은 유동성을 갖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지만, 신용 경색 가능성은 크게 봤다.

마이클 바 미국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역시 오는 28~29일 의회 출석 전 공개한 발언을 통해 “SVB 실패는 부실 관리의 완벽한 사례”라며 시스템 리스크에 다소 거리를 뒀다.

일각서 부동산發 은행 위기설

다만 금융위기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들의 비중이 큰 상업용 부동산을 고리로 최악의 경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CE에 따르면 중소형 은행들의 미상환(outstanding loans)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 수준이다. 중소형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비중이 40%에 이른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닐 시어링 이코노미스트는 “중소형 지역은행과 상업용 부동산 사이에서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은행 건전성 우려에 따른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회수→상업용 부동산 가치 추가 하락 등을 통해서다. 시어링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부동산이 은행 시스템에서 더 깊은 불안감의 원천이 된다면, 주목해야 하는 분야는 상업용 부동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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