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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서울 SC컨벤션센터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과기정통부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지난 7월부터 전문가포럼을 구성해 논의한 내용을 발표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연내 법안을 성안해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민석 KISDI 실장은 전기통신사업법이라는 법안 명칭부터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통신서비스가 디지털 경제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안명에서부터 그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기통신역무·기간통신역무·부가통신역무를 전기통신서비스·전송서비스·정보서비스로 바꿔 기간통신 중심의 현행법을 전송·정보서비스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법안으로 재편했다. 다만, 이날 법안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자율규제 원칙을 적용해 별도 민관 태스크포스(TF)에서 다룬다는 점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이음5G(5G특화망) 사업자에 대한 이용약관 신고의무를 면제하고 기간통신사업자가 과기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통신기기제조업을 겸업할 수 있도록 해 신사업 진입에 대한 사업자의 부담을 낮췄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비영리 공익목적으로는 자가전기통신설비를 활용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가이드라인에 머물렀던 망 중립성을 법제화시키고, 한국철도공사, 도시철도 운영자를 필수설비 의무제공기관으로 추가지정해 기간통신사의 망 구축에 협조하도록 했다.
지자체에 공익목적에 한해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됐다.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자 허용은 30여년간 진행된 통신 민영화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것으로 정부와 사업자 간 심각한 신뢰 훼손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현재도 지자체가 출자한 법인의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금지하지 않으며 자가망을 통신사에 임대하는 방식 등 지자체와 통신사의 상호협력방식으로 스마트도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망 중립성 법제화에 대해서는 통신사뿐만 아니라 토론에 참여한 여러 이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현재도 잘 지켜지는 부분을 이제 와서 굳이 법안에 넣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같은 수준의 규제 완화와 강화가 있다면 규제 강화가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가 있기에 더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통신사는 이미 현행법과 제도 속에서 충분히 시행되고 있는 내용인데 불필요한 규제가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는 개정안에 기술개발 지원, 세제 지원, 망 구축 편의 제공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망 고도화를 통해 혁신적인 디지털 융합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