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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미국 회사채 금리가 급등,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전례 없는 속도여서 자칫 채권시장 전반을 뒤흔드는 연쇄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BC는 12일(현지시각)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기업 회사채의 금리가 지난 15년 간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급등하고 있다”며 “미국 국채와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아직 최악이 오지 않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부도율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리서치의 오렉 멜렌티예프 하이일드 전략 총괄은 “(미국 채권 시장에 대한) 우려 수준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국채와 회사채 간) 스프레드가 기존과는 다른, 다소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벌이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며칠 동안 일부 자산은 (금리가) 기록적인 속도로, 또는 그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CE BoA 미국 하이일드 인덱스 옵션 조정 스프레드 지수는 지난 2월 17일 3.56%포인트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최근 6.61%포인트까지 상승했다. ICE BoA 싱글B 미국 하이일드 인덱스 실효 수익률 지수 역시 7.92%로 2019년 초 이후 가장 높다. 최저점은 지난 2월 21일 4.98%였다.
시장에선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뎁트와이어에 따르면 지난 2주 간 에너지(14.825%)와 항공운송(10.82%) 부문 회사채 금리가 가장 크게 올랐으며, 고수익 채권 펀드에서 93억2000만달러가 유출됐다.
그러나 투자 기회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는 “불확실성이 너무나 많다. 매우 힘든 시기지만 현재의 채권 가격이 더욱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떨어지는 칼을 잡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이미 투기 등급에 있는 회사채가 아닌, 현재는 투자적격등급이지만 추후 정크(투자부적격)등급으로 하락할 위험이 있는 기업들이라고 CNBC는 경고했다. 제프리스에 따르면 전체 투자적격등급 채권시장에서 정크본드 시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BBB’ 등급 회사채는 절반이 넘는 52%(2조6600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CNBC는 이들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급등해 정크본드가 되면, 회사채를 보유한 금융회사들이 이를 매각하려 할 것이고 금리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단기간 내에 부도 위험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 회사채에 투자한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채권시장에 연쇄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프리스의 글로벌 주식 전략 총괄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우드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금융시장의 이중고를 감안하면, (앞으로) 신용 스프레드가 더 크게 벌어질 실질적인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