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83년생 공대 출신 CEO 공유오피스 실험 "이젠 스벅과 경쟁"

포항공대 출신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2015년 패스트파이브 설립…3년 만에 8배 고속성장
최근 카페형 오피스 '파이브스팟' 출시…"스벅과 경쟁"
업무지구 벗어나 번화가·주택가로 확장하는 공유오피스
"단순 전대차 모델서 탈피, 수익 다각화로 IPO 탄력"
  • 등록 2021-10-27 오후 5:11:05

    수정 2021-10-27 오후 8:56:57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패스트파이브는 ‘다음 세대를 위한 업무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지난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한 ‘위워크’(WeWork)는 사무실 공유라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빌딩이나 큰 건물을 빌려 공간을 나눠 창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에 다시 임대해주는 사업 모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한 때 ‘철수설’이 나도는 등 고전하고 있다. 바로 토종 공유오피스의 약진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설립한 패스트파이브는 위워크를 제치고 국내 공유오피스 업계 1위(지점 수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벤처캐피털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경험을 쌓은 김대일(38) 패스트파이브 대표, 박지웅(39) 패스트트랙아시아 의장이 의기투합했다.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하고 운영하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일하며 부동산 비즈니스를 고민하던 중 위워크를 벤치마킹해 패스트파이브를 창업했다. 둘은 대학 시절 같은 창업·경영 동아리에서 만나 나란히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패스트파이브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역에 1호점을 낸 이후, 6년 만에 36개 지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공유오피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한 회사는 2070개, 멤버 수는 1만8000여명에 이른다. 매출은 지난 2017년 74억원에서 지난해 607억원으로 3년 만에 8배나 성장했다.

이 같은 패스트파이브의 고속 성장에는 무엇보다 한국 기업 문화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 예로 해외 공유오피스 기업의 경우 ‘야근’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오후 6시면 냉·난방을 끄지만, 패스트파이브는 이를 24시간 가동한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를 고려해 입주사 전용 직장 유치원을 운영한다. 해외 기업과 달리 근무 공간 노출을 꺼리는 한국 특성을 고려해 공간마다 반투명지를 붙여 내부를 가리는 등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유연한 사업 모델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빌딩 솔루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빌딩 솔루션은 건물주와 파트너십을 맺고 매출을 나누는 서비스로, 건물주는 공실을 해결하는 동시에 패스트파이브의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노하우를 활용해 건물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패스트파이브가 지난해 9월 전 지점 건물의 전체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패스트파이브 입점 후 공실률은 입주 전보다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파이브가 지난 6월 첫 출시한 라운지형 오피스 ‘파이브스팟’ 전경. (사진=패스트파이브)
이처럼 진화를 거듭하던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카페와의 경쟁을 선언하며 ‘패스트파이브 2.0’을 내세웠다. 그간 강남이나 여의도 등 수도권 주요 업무지역에서 지점을 늘려왔다면, 앞으로는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나 주택가에 소규모 라운지 오피스를 마련해 1인 프리랜서부터 기업 프로젝트팀 등 다양한 사무공간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6월 출시한 카페형 오피스 ‘파이브스팟’은 최근 지점을 13개까지 확대했다. 파이브스팟은 1인 프리랜서나 거점 오피스 조성을 원하는 기업이 주요 고객층으로, 멤버십에만 가입하면 어느 지점에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는 ‘오픈 시트’와 코딩이나 디자인 등 집중 작업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포커스 시트’, 휴식이나 격식 없는 미팅을 위한 ‘컴포트 시트’ 등 업무 공간을 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했다. 코딩 및 디자인 작업에 필요한 듀얼 모니터와 개인 물품 보관을 위한 ‘스마트 락커’ 등 카페에서는 갖추기 어려운 업무 인프라도 갖췄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출입이나 결제, 회의실 예약이 가능해 편의성도 높였다. 현재 월 단위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향후 시간~일 단위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다른 토종 공유오피스 스파크플러스도 지난달 라운지형 오피스 ‘스플라운지’를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주호텔앤리조트가 2016년 설립한 스파크플러스는 최근 SK텔레콤,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약 650억원 규모 투자를 받으며 2000억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스플라운지 역시 번화가와 주택가에 위치해 접근성은 높이고 가격 부담은 낮춘 실속형 업무 공간이다. 최근에는 주거 밀집 지역인 수도권 주요 지하철역 4개소(공덕역·마들역·왕십리역·영등포구청역)에도 지점을 마련해 고객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회사는 스플라운지를 연내 15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스파크플러스 라운지형 오피스 ‘스플라운지’. (사진=스파크플러스)
이 같은 공유오피스 업계의 ‘라운지 경쟁’은 전통적인 사무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사무실 이외에도 업무공간이 필요한 기업이나 프로젝트팀, 1인 프리랜서 등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기존 공유오피스를 임차하거나 자체 거점오피스를 마련하면서 집과 회사가 아닌 ‘제3의 공간’ 마련에 분주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 2017년 600억원 수준이던 공유오피스 시장 규모가 내년까지 77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유오피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공유오피스 역시 이에 발맞춰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라운지형 오피스를 통해 단순 전대차 수익으로 비판받았던 기존 공유오피스의 단점을 보완하고, 기업공개(IPO)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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