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0만원, 고액알바지만 고달파”…‘떳다’ 선거운동원들

6·1 지방선거 전국 곳곳서 활약…빠질 수 없는 ‘조연’
3월 대선 땐 일당 7만원, 이번엔 10만원으로 올라
지방선거 후보자 많아 ‘운동원 모시기’ 치열
“사명감 있지만…발 퉁퉁, 화내는 시민들도”
  • 등록 2022-05-30 오후 4:59:16

    수정 2022-05-30 오후 9:34:21

[이데일리 이소현 김윤정 김형환 이수빈 기자] “안녕하세요, 기호○번 잘 부탁드립니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인근 건널목에서 치열한 선거 유세가 펼쳐졌다. 양쪽 횡단보도는 물론 중앙버스전용차로 횡단보도에서도 각 정당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피켓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오가는 주민들에 목청껏 소리쳤다. 인근 홍제천에선 후보자의 성명과 기호, 소속 정당명이 적힌 단체복을 입고 캡모자를 눌러쓴 50~60대 선거운동원들이 2인 1조로 짝을 지어 ‘걸어 다니는 전광판’ 역할을 했다.

선거 때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이 선거운동원이다. 선거의 조연이자 엑스트라이지만 결코 빠질 수 없는 이들로, 이번 6·1지방선거에선 총 13일간의 선거운동기간 활약한다. 선거철에만 있는 ‘단기 고액알바’로 꼽히기도 하지만, 지하철역 입구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인 인사만 하루 수천 번에 하루 3만 보 이상 걷는 등 고달픈 일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영등포구, 용산구 등 곳곳에서 선거유세에 나선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사진=김윤정 김형환 이수빈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 후 선거운동원 수당 현실화

30일 각 후보 캠프 등에 따르면 이번 지선에선 ‘단기 고수익’ 알바로 선거운동원의 위상이 예년보다 높아졌다. 이데일리가 현장에서 만난 선거운동원은 실제 10만원 수준의 일당을 받고 있었다. 1994년 이후 28년여 동안 수당 3만원에 식비 2만원, 일비 2만원 등 총 7만원 수준의 일당에 그쳤던 것이 최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수당이 3만원에서 6만원으로 오르면서 처우 개선이 이뤄졌다.

단기 일자리인 이 알바는 주로 50~60대 주부 몫이다. 서대문구 구의원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는 이모(59)씨는 “대선 때와 달리 일당이 하루 10만원으로 오르고 캠프에서 간식도 잘 챙겨줘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의원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한모(54)씨는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가정주부가 어디 가서 이렇게 돈을 벌겠나”라고 말했다.

용산구 원효로 인근에서 2인1조로 움직이는 60대 여성 선거운동원 A와 B씨는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총 6시간 일한다. 이들은 “하루에 3만보까지 걷는데 다리 아픈건 감수하고 있다”며 “중간에 휴식시간도 주고, 다른 일보다 훨씬 돈을 많이 주니까 열심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9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선거운동원 ‘모시기’ 치열…감정노동까지 고달프기도

지난 3월에 치러진 대선보다 일당이 올랐지만, 이번 지선에서 선거운동원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서울 모 구청장 후보 캠프 측은 “단기간 일하는 선거운동원에 대한 공급은 제한적인데 각 캠프에서 수요가 한꺼번에 동시에 몰리다 보니 선거운동원 찾는 게 힘들었다”며 “시장이나 구청장은 그나마 선거조직이 꾸려져 괜찮은데 시의원이나 구의원들은 가족이나 친척, 지인으로 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원 모시기’ 경로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지인 소개로 알음알음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당근마켓과 각 지역 맘카페를 통해서도 구인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당근마켓에선 ‘화곡동에 사는 30~40대 여성 선거운동원 긴급 모집’ 등의 공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단순히 돈만 버는 알바와 달리 선거운동원은 곧 후보자의 얼굴이기에 ‘사명감’이 필수다. 50대 선거운동원 C씨는 “옷에 후보 이름이 박혀 있으니 내가 곧 후보의 ‘얼굴’이 되니행동거지에 늘 신경쓰게 된다”고 말했다.

유권자이기도 한 선거운동원은 선거운동을 통해 ‘정치 효능감’을 느끼기도 한다. 네차례의 선거운동원 경력이 있다는 박모(57)씨는 “시민들이 종종 후보자에 대해 물어보는데 설명하려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며 “돈 때문에 시작했어도 2주간 선거운동하다보면 후보자에 애착이 생겨 알리던 후보가 당선되면 너무 좋다”고 웃었다. 서울시의원 후보 선거운동원인 이모(63)씨는 “내가 지지하는 당을 위해,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운동원 업무강도는 만만치 않다. 선거운동원 경력만 30년 이상이라는 박은숙(65)씨는 “선거운동하다 발을 접질려서 신발에 퉁퉁 부은 발이 안 들어가 전날까지 오른쪽 신발을 꺾어서 신고 다녔다”며 “하루 8시간 유세 내내 돌아다니고 인사해야하니 솔직히 힘들어서 몸살약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유권자와 맞닥뜨려야 하니 ‘감정노동’도 더해진다. 영등포구 구의원 선거운동원 정모(57)씨는 “가끔 소리를 지르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어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같은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유모(56)씨도 “길 다니다가 불쑥 나타나는 사람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전했다. 서대문구 구의원 선거운동원 이모(57)씨는 “허리 숙여 인사하면 왜 인사하느냐고 화내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면서도 “지지자들을 만나면 반가운데 ‘더운 날 고생한다’며 음료수를 주는 분도 있어 고맙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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