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유급’ 학생·부모·교수 모두 손해…“대화 나서야”

집단 유급 시 등록금 증발, 교육 질 하락
예과 1년생, 내년 증원된 신입생과 수업
의대 교수들도 한 학년 8100명 가르쳐야
올해·내년 의대 입학생 향후 경쟁도 치열
  • 등록 2024-03-12 오후 4:54:55

    수정 2024-03-12 오후 7:22:21

[이데일리 신하영·김윤정 기자] 의대생들의 휴학신청·수업거부가 장기화하면서 ‘집단 유급’ 사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휴학이 아닌 유급으로 처리되면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 학생·학부모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교수들 역시 올해 유급된 학생들과 내년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함께 가르쳐야 하기에 상당한 고초가 예상된다. 정부를 비롯해 의대생·의대교수 등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 부산대병원·부산대 교수진과 의대생 등 70여명이 11일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들 개강 미루고 있지만…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금까지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5451명으로 전체 의대생(1만8793명)의 29%를 차지한다. 현재 전체 의대 40곳 중 30곳은 개강을 연기한 상태다. 나머지 10곳에서도 수업이 정상 운영되지 않아 휴강 처리하는 방식으로 유급 사태를 막으려는 곳이 늘고 있다.

문제는 대학들이 개강을 마냥 미룰 수 없다는 점이다. 고등교육법상 각 대학은 1학기 수업일수를 15주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대생 단체행동의 장기화로 여름방학을 없애고 8월 말까지 수업한다고 가정하면 아무리 늦어도 5월 20일에는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 다만 의대 교수 상당수가 진료·강의를 병행하는 상황이라 이보다 한 달 앞선 4월 말이 현실적 마지노선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휴학계가 처리되지 않았음에도 개강 후 수업에 계속 나오지 않는 의대생들은 유급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는 학생에게 F학점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휴학과 달리 유급은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학부모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작년 기준 의약계 연간 등록금은 평균 979만원, 한 학기 500만원에 달한다. 의대 예과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한 학기 5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을 전부 날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내년 8100명 수업 듣는 사태 우려도

집단 유급이 현실화하면 교육 여건도 악화될 수 있다. 올해 의대 신입생 3058명이 내년에 들어올 5058명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해서다. 교수들도 총 8116명의 학생들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회(KAMC) 이사장은 “유급으로 인해 현 예과 1학년들이 2학년으로 올라오지 못한 상황에서도 신입생을 선발하라는 교육부 판단이 나오면 내년에는 8100명을 가르쳐야 한다”며 “대규모 유급이라는 상황을 가정하고 싶지 않다. 상황이 빨리 해결돼 학생들을 잘 가르쳐 졸업시키고 싶다”고 했다.

교육부는 의대 교수들이 학생들을 설득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서울대·부산대 등에선 교수들마저 동요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는 지난 11일 “정부가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가 나서 의대생 집단 유급은 막아 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한 의대생은 커뮤니티에서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되면 당장 내년에 인턴 수급이 안 될 테니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4년 전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준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의대생들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에도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 의사 국시를 거부했지만 결국 정부는 의료계 탄원을 수용해 이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법령상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유급되는 것은 정부도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올해·내년 의대 입학생 피해 장기화

집단 유급이 현실화하면 올해 예과 1학년생들의 피해는 비단 올해와 내년으로 그치지 않는다. 의대 재학 6년 내내 약 81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 특히 졸업 후 수련의·전공의·전임의 등으로 입직할 땐 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빅5’ 병원의 경우 전공의 채용 경쟁률이 다른 곳보다 높은데 이들이 취업할 땐 3배 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의료계서도 이런 점을 우려, 의대 교수들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시의료원 원장)은 “교수들이 나서 전공의·의대생 설득에 핵심적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조 회장은 특히 “정부는 원칙을 지켜나가되 의대생들이나 의사, 국민 모두를 위해 증원이 나쁜 정책이 아니란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의사들을 뒷받침하는 여러 지원책을 충분히 추진할 것이라는 약속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도 “학생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앉아서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계서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는 “전공의나 의대생 모두 언론 등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게 되면 소통이 어렵다. 당사자 간 대화·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정부·의대교수·시민단체가 모여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거나 이런 토론을 생중계하면 좋을 것”이라며 “정부도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의료계 주장 중 합리적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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