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전세보증금이 3억원 미만일 때는 중개 보수 요율이 0.3% 적용되지만, 3억원 이상이면 0.8%로 세 배 가까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0.6%만 계산해 받겠다고 했지만, 매매 중개 보수(0.4%)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김씨는 속이 상하다.
하지만 2년 후 김씨가 비슷한 금액의 전세보증금으로 집을 구한다면 중개 보수는 지금보다 더 적게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중개 보수 개선체계를 마련, 내년 상반기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 중개 보수 대폭 인하
23일 국토교통부가 국토연구원에 연구용역 의뢰해 마련한 중개 보수 개선안에 따르면 현재 0.8% 범위 안에서 당사자간 협의하도록 한 전세보증금 3억 이상~6억원 미만 중개 보수는 0.4%로 요율이 낮아진다. 매맷값 6억~9억원 구간의 경우도 기존 0.9%에서 상한선이 0.5%로 내려간다. 전세 6억원 이상, 매매 9억원 이상인 경우는 지금처럼 각각 0.8%, 0.9% 범위 내에서 협의하도록 했다. 저가 구간인 매매 6억원·전세 3억원 미만 주택은 기존 수수료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4억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는 김씨가 2년 후 4억원에 전세 재계약을 할 경우 중개 보수는 160만원이 된다. 지금(320만원)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현재는 매맷값이 2억원이라면 최고 190만원의 중개 보수를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100만원으로 지금보다 80만원 덜 내도 된다.
최종안 확정까지 ‘넘어야 할 산’ 많아
이번 중개 보수 인하는 불합리한 부분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매하면서 실제 중개 보수를 0.5% 이하로 부담한 사람은 49.1%,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전·월세로 거래하면서 중개 보수를 0.4% 이하로 부담한 사람은 38.9%에 그쳤다.
현재의 중개 보수 요율 체계가 만들어진 2000년 서울 매맷값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2.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26.5%로 급증했다. 임대차 가격 3억원 이상인 서울지역 주택 비중도 2000년 0.8%에서 지난해 기준 30.0%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동산 중개 보수 개편을 놓고 정부와 부동산 중개업계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 17일 연구용역 발표회를 통해 밝힌 개선안은 중개 보수 요율 상한선이 정부안보다 조금씩 높은 편이다. 특히 고가 구간은 정부 계획처럼 상한선을 둘 것이 아니라 고정요율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협회는 주장하고 있다. 비주거용 건축물의 경우 아예 자율로 정하자는 게 협회 안이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 법령을 조속히 개정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와 업계가 서로 다른 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공인중개사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