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이 교수, 수학계 노벨상 쾌거 "시인되려 고교 자퇴"

'2022년 세계수학자대회'서 필즈상 받아
한국계 첫 수상..조합대수기하학 통해 조합론 난제 해결
한국서 학업 마친 국내파.. 차분하면서 집중력 높은 성품
수학계 넘어 한국 과학계 경사
  • 등록 2022-07-05 오후 4:28:55

    수정 2022-07-05 오후 9:26:32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상하는 ‘필즈상’은 전 세계 수학자들의 꿈이다. 40세 미만 연구자 중에서 현재까지 업적과 미래 가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수학계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이 상을 받은 연구자는 단 60명. 한국계 수학자가 이상을 처음으로 거머쥐면서 수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인공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교수. 허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토대를 확장하도록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5일 열린 ‘2022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받았다.

허준이 교수는 “제게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며,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이라면서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도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좌교수.(사진=연합뉴스)


허준이 교수는 1983년생으로 국적은 미국이나 교육과정을 모두 한국에서 마친 국내파 연구자다. 부모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할때 미국에서 태어난뒤 한국에서 유치원부터 대학원 석사까지 마쳤다.

시인이 되고 싶어 고등학교 자퇴한 천재

허 교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에 가까웠던 늦깍이 수학자다. 고등학교때 시인이 되고 싶어 자퇴한뒤 검정고시를 쳤다. 대학 학부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천문학을 공부한 평범한 이공계생이었다.

부모에게서 수학적 머리를 타고 났을까. 서울대에서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를 만나 학부부터 석사까지 지도를 받으면서 수학자의 길이 시작됐다. 학부에서는 복수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하며 서울대 수재 중에서도 수학 영재만 들을 수 있다는 ‘고급수학’을 들었다. 차분하면서 집중력이 강한 부분이 교수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1970년에 필즈상을 받은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토대 명예교수의 수업을 들으며 대수기하학에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서울대 석사과정부터 연구 시작


허 교수의 연구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으로,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다. 그는조합 대수기하학 기반의 연구들을 통해 수학자들이 추측 형태로 제시한 ‘리드 추측’ 등 다수 난제들을 해결해왔다. 리드 추측에 대한 연구의 선행 연구는 서울대 석사과정에서부터 시작됐고, 많은 연구는 우리나라 고등과학원에 있는 동안 이뤄지기도 했다.

그동안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은 서로 다른 분야였는데 허 교수는 두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경계를 허물었다. 연구 업적들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도 쓰였다.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반세기 동안 아무도 못 풀었던 난제를 대수기하학을 바탕으로 풀어냈고,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다른 난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허 교수의 연구가 중요하다”며 “서로 다른 세상이었는데 이를 연결하는 터널을 뚫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학계 넘어 한국 과학계 경사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올해 국제수학연맹(IMU)에서 한국의 수학 국가등급을 최고등급으로 상향한 것에 이은 대한민국의 쾌거다. 정순영 서강대 수학과 교수(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는 “과학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순수학문도 고속 성장한 효과”라며 “중·고등학교때부터 순수학문에 대한 열정을 갖고 뛰어드는 학생풀이 매년 100여명으로 많아졌다고 보며, 이들중 다른 길로 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미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서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국내외 수학자들과 연구활동을 넓힐 예정이다.

김영훈 교수는 “필즈상은 전 세계 수학자들의 진정한 리더라는 뜻이 있으며, 전 세계 극소수의 연구자만이 이 상을 받아 책임감이 따른다”며 “필즈상 수상은 지금까지 업적을 인정받아야 하고, 앞으로도 더 좋은 연구성과를 내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앞으로 허 교수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