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한은의 '금리 딜레마'

해외IB 이어 KDI까지…"통화 완화책 필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부담" 우려도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딜레마'…"고민 커질듯"
  • 등록 2016-12-08 오후 3:39:53

    수정 2016-12-09 오전 8:17:09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기준금리 인하론(論)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해외 투자은행(IB) 등을 중심으로 인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최근 ‘성장 절벽’ 우려가 나올 만큼 거시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인하론자들의 근거다. 주식 채권 등 우리나라 원화자산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만큼 자본유출 우려도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우리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엄연히 있다. 가계부채 우려도 추가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시 등장한 ‘금리 인하論’

8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 소시에테제네랄, HSBC 등 주요 IB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 상반기 중 1~2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내년에 세 차례 인하할 것”(모건스탠리)으로 예측하는 곳도 있다.

결정적인 건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최근 전망이다. 국내 시장금리는 해외 IB들의 인하 예측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 했던 ‘트럼프 탠트럼(트럼프 발작)’으로 급등했다. 1.4% 초반대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불과 2주 만에 1.8%대까지 올랐던 것이다. 다만 KDI의 인하론에 시장도 곧장 영향을 받고 있다. KDI의 주장이 나왔던 지난 7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0.1bp(1bp=0.01%포인트), 0.4bp 하락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론이 돌발적인 목소리는 아니다”면서 “시장에 잠복해 있다가 KDI 때문에 다시 올라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경기 하방압력은 갈수록 커지는데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 두 가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기도 워낙 안 좋지만 추가로 가라앉을 가능성도 높다”면서 “오래 전에 이미 내렸어야 했다”고 했다.

금융 불안도 기우(杞憂)라는 입장이다. 원화자산이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투자 매력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에서 원화는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Proxy) 통화’로 불린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위안화를 직접 중국 시장에서 거래하기에는 규제 등이 많은 탓에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원화를 사고 팔면서 위안화를 거래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의미다. 금융시장 사람들은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원화는 꼭 사놓고 싶은 아이템 중 하나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56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도 우리 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지표다. ‘불황형 흑자’ 논란은 있지만 어려운 와중에도 수출·입 구조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매크로분석실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부담이 생기는 건 맞지만 자본유출 위험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로 인한 경제활력 제고 효과가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 딜레마 빠진 한은

다만 추가 인하를 우려하는 주장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의 긴축 기조는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다. 여기서 세 차례 인상되면 1.00~1.25%. 우리나라의 현재 기준금리(1.25%)와 같아지는 것이다.

원화자산이 매력적이라고 해도 미국과 금리 수준이 비슷해진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달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내년에 미국이 추가로 올릴 때부터 국내 기준금리도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금유출 속도가 급격해질 수 있으니 한은도 정책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뜻한다.

가계부채가 급증세가 계속되는 와중에 추가적인 인하는 ‘시한폭탄’의 위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기준금리 딜레마’에 처한 한은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9일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번달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국내외 상황을 논의한다. 한은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과거 어느 때보다 생각해야 할 게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금통위는 이미 지난달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몇 달째 매파(통화긴축 선호)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도 아닌, 중립적인 기조를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주장했다. 이 총재 등 한은 인사들과 그 결이 달랐던 것이다.

만에 하나 오는 15일 한은 금통위 본회의에서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금리를 둘러싼 논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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