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윗사람들의 정무적 판단이 키운 불신

  • 등록 2019-06-20 오후 5:29:27

    수정 2019-06-20 오후 5:29:2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북한 소형 목선이 우리 군·경의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강원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지 5일 만이다. 군과 해경은 이 선박이 58시간이나 우리 영해를 떠돌아 다닌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부두에 다다른 후 주민 신고로 이를 알았다는 점에서 감시망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은 면키 어렵다.

사실 해상에서의 군 작전 개념은 잠수함 및 고속 침투 반잠수정과 같은 해상침투 세력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의 동향을 감시하는 것이다. 경운기 동력 수준으로 움직이는 소형 목선을 잡는 것은 군의 핵심 임무가 아니다. 파고도 높은 망망대해에서 소형 목선까지 잡아 내는건 말 그대로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다. 그러려면 군의 경계작전 개념과 계획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해안 경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해안선은 6400여㎞에 달한다. 한 부대당 150여㎞의 책임 지역에 5개 정도 소초만으로 촘촘히 감시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주민 협조가 필요하다. 실제 민간 어선의 신고 도움을 받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해경과도 협력한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도 그동안 구축해 온 민·군·관·경 시스템이 작동한 걸로 볼 수 있다. 경계작전 실패 여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단 얘기다.

그러나 이후 군의 대응은 분명 문제다. 지난 17일 처음 언론에 설명 당시 발견 지점과 주민 신고 얘긴 전혀 없었다. 경계작전엔 이상이 없었다는 해명에 치중했다. 논란이 일자 국정원 주도 합동조사 내용이라 얘기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댔다. 오히려 “거짓말은 안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뒷북’ 대응은 전략 커뮤니케이션(SC) 담당자들이 내용을 축소하고 누락했기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국방장관은 대국민 사과에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허위보고와 은폐행위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현장 부대 뿐 아니라 SC 의사결정에 관여한 청와대와 합참 장군들, 국방부 참모들도 조사해야 한다. 경계 실패 책임론을 우려한 윗사람들의 정무적 판단이 불신을 키운 모양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상황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읽기에 앞서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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