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2년여의 코로나19 시기가 지나고 양적완화에서 긴축 기조로 돌아서려던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카드를 잘못 사용할 경우 자칫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물가 안정도 여전히 중앙은행의 책무 중 하나다.
유럽·미국 물가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이어져
유럽과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2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5.8%를 기록하며 ECB(유럽중앙은행) 목표치의 약 3배에 달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는 7.5%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조사에서는 10일 발표될 2월 물가도 7.2%로 관측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로 본다 해도 5.2%에 이른다.
이는 경기침체 우려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정부지출 축소로 미국보다 경기회복 탄력도가 낮았는데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전쟁 이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최대 2%포인트 낮췄다. 7일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1.08달러로 5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로존 중대형 주식 인덱스인 MSCI EMU는 1월 이후 20% 하락해 미국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 하락률인 10%보다 더 큰 폭으로 밀렸다.
유럽 외에 미국과 아시아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 이후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관계를 끊고 있고, 이에 따라 러시아 수출입은 모두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체인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전세계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오게 된다. 가계지출도 결국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바클레이즈와 JP모건 체이스 이코노미스트들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하향하는 한편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포인트 높여 잡았다. 바클레이즈는 “상품값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 회피 심리 강화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암시한다”며 “유럽이 미국보다 취약할 것이고 영국은 그 사이 어딘가에, 그리고 중국이 가장 적게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세계 중앙은행, 금리인상 속도 조절 나설 듯
|
미 연준은 예정대로 이번 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해 사실상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제퍼리스의 최근 보고서는 “연준은 3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으며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고든 모건 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7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경제적 리스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 연준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일련의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 압력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거침없는’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