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학교가 뚫린다…미국의 새 화두 '5~11세 접종 늘리기'

미국 5~11세 어린이 확진자 급증 '초비상'
"변이에 취약"…델타 이어 오미크론 덮쳤다
근래 미국 일선 초등학교들 감염 노출 빈번
새로운 핫스팟 '5~11세' 접종 확대 화두로
백신정책 기준 미국 따라 한국 등 움직일듯
"고용 회복 위해 학교수업 안정 매우 중요"...
  • 등록 2021-12-02 오후 4:13:18

    수정 2021-12-02 오후 9:03:34

미국 뉴욕시의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10세 여학생이 주사를 받으며 울고 있다. (사진=AFP 제공)


[뉴욕·뉴저지=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S초등학교의 한 킨더가든(kindergarten·한국의 병설유치원 격)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만 5세 이상 10명 남짓으로 구성된 반에서 코로나19 확진 학생이 나왔기 때문이다.

낌새는 전혀 없었다. 확진 여학생 T양은 별다른 증상 없이 등교했다. 감염 사실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T양과 친한 학급 친구인 M양이 함께 놀면서 학부모들끼리 커피를 마셨는데, T양의 엄마에게서 코로나19 증상이 여실히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T양 가족은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고, M양을 비롯한 3명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19 음성을 증명해야 했다.

근처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1학년의 한 학급에서 감염자가 나와 10여명이 무더기로 검사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모두 음성으로 확인돼 학교로 돌아갔지만, 학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M양의 엄마인 헬렌(41) 씨는 기자와 만나 “근래 학교에서, 그것도 어린 초등학생들의 감염 소식이 많아졌다”며 “어른들에 비해 드러나는 증상이 미미해서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갈까) 걱정이 있다”고 토로했다. 위중증이 거의 없는 5~11세 어린이의 감염이 늘어나는 ‘조용한 확산’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미국 5~11세 확진자 급증 ‘초비상’

이같은 기류는 미국 전역에 퍼져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인용한 소아감염병학회의 통계를 보면, 지난달 11~18일 미국 내 18세 이하의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14만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전주(10만7000명) 대비 4만명 가까이 급증했다. 백신 접종을 많이 한 중·고교생에 비해 유치·초등생 비중이 높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학회 부회장인 션 오리어리 콜로라도 의대 교수는 “성인을 중심으로 백신이 보급된 이후 어린이 환자가 매우 많아졌다”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5~11세 미국 어린이 8300여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했고 172명은 사망했다. 식품의약국(FDA)의 재닛 우드콕 박사는 이를 두고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델타 변이가 여름철 기승을 부리면서 더 위험에 처했다는 게 의료계의 진단이다.

문제는 델타 변이에 이어 신종 오미크론 변이까지 미국에 상륙했다는 점이다. 추운 겨울 실내 활동이 많다는 악재까지 감안하면, 일선 학교들은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에선 5~11세 백신 접종이 뜨거운 감자다. FDA는 지난달 초 화이자 백신을 5~11세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긴급 승인했는데, 이번달 1일 기준 접종자는 434만1264명(CDC 통계)이다. 전체의 1.86%에 불과하다.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5~11세 자녀에게 당장 백신 접종을 할 것”이라고 밝힌 미국 학부모는 10명 중 3명에 그쳤다. 헬렌 씨는 “백신 부스터샷까지 맞으면서 후유증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 아들과 딸에게 접종시켜야 하나 머뭇거렸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뉴저지주 일부에서는 지난달 초 선거에서 신승한 필 머피 주지사가 취임 직후 5~11세 접종 의무화를 명령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학부모들의 반응은 우려 그 자체였다고 한다.

‘백신 기준’ 美 따라 韓 등 움직일듯

분위기가 급격히 바뀐 건 오미크론 변이 출현 소식을 전후해서다.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뉴욕시의 한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접종하면 100달러 선불카드를 준다고 해도 맞지 않았다가 결국 다음주 예약했다”고 전했다. 헬렌 씨 역시 “매년 독감 주사를 맞는 식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리어리 교수는 “연말 연휴 시즌을 기점으로 어린이 감염이 급증할 것”이라며 학회 차원에서 5~11세 접종을 독려하고 나섰다.

이같은 상황 변화가 중요한 건 미국이 글로벌 백신 정책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5~11세에 대한 접종을 신속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는데, 그 예로 든 게 미국이었다. ‘백신 선진국’ 미국이 먼저 움직이고 나머지 세계가 따르는 게 이제는 숙명처럼 됐다.

어린이 백신 접종이 관심인 이유는 또 있다. 학교가 뚫린다는 건 곧 회복에 애를 먹고 있는 미국 고용과 직결되는 문제다. 자녀가 학교 수업에 정상적으로 참여해야 일터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