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리인하 베팅, 손실도 감수해라"…이창용에 '매' 맞은 채권시장

한은 8월 금통위서 기준금리 2.5%로 인상 결정
물가 전망치 올해 5.2%, 내년 3.7%로 대폭 상향
이창용 총재 매파적 발언, 단기 금리 20bp 급등
금리 인상 기조 지속 예상에 원화 강세폭 확대
  • 등록 2022-08-25 오후 6:25:41

    수정 2022-08-25 오후 8:29:2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기준금리를 2.5%로 인상한 뒤 시장의 내년 금리인하 가능성을 꺾어버리면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면모를 보였다. 올해 최대 3.0%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은 물론, 내년 불확실성이 크지만 물가가 5% 수준으로 높다면 경기보다 물가를 우선에 두겠다고 전했다. 사실상 이번 인상 사이클의 금리 상단이 3.0% 이상으로 열어뒀단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는 단기물을 중심으로 하루 만에 20bp(1bp=0.01%포인트)씩 급락하면서 ‘발작’을 일으켰다. 반대로 최근 달러당 1345원선까지 곤두박질쳤던 원화는 강세폭을 키우면서 외환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매의 발톱에 채권시장 화들짝…단기물 20bp 급등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는 장단기물 모두 일제히 급등했다. 특히 2~5년물 단기 금리를 중심으로 하루 만에 20~25bp 가까이 뛰면서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단기물 지표 금리인 3년물 금리도 22bp 오른 3.531%를 나타냈다. 3년물 기준으로 국고채 금리가 하루 만에 20bp 이상 급등한 것은 올해 세 번째다. 3년물 금리가 3.7%대로 급등했던 연고점 수준인 6월 중순께엔 못 미치는 레벨이지만 하루 만에 20bp가 뛴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2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24.9bp 뛴 연 3.533%로 올랐고, 5년물 금리도 20.8bp 오른 3.598%를 나타냈다. 10~30년물 장기금리 역시 12~16bp 사이로 오름세를 보였다. 장기지표 금리인 10년물 금리는 16bp 오른 3.593%를 기록했다.

이번주 채권금리 추이 (자료=금융통화위원회)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8월 기준금리 결정보다 수정경제전망 수치와 이 총재의 간담회 발언이 에상보다 매파적으로 읽히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 붙었다고 해석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한 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0.7%포인트, 0.8%포인트 높인 5.2%, 3.7%로 상향했다. 올해 물가 예상치는 1998년 4월 물가안정목표제 시행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성장률 전망은 2.6%, 2.1%로 하향 조정폭(0.1%포인트, 0.3%포인트)이 크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정점이 유가 하락 등으로 7월로 앞당겨진다고 해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던졌다. 그는 “물가가 정점을 지난다고 하더라도 내년까지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서 물가를 중점에 둔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올해 기준금리 상단 예상치가 2.75~3.0% 정도는 합리적이지만 내년 금리인하로 정책 전환을 기대한 것에 대해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표현하며 그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 총재는 “2.5%는 중립금리 중간 정도로 온 거 같은데 물가가 당분간 5% 이상 높은 수준 유지되면 상단으로 가면서 물가 오름세를 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연말 이후론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투자한 사람들은 자기책임하에 손실이든 이익이든 모두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채권 현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자 등이 국채선물을 내던지면서 채권시장 심리 악화를 부추겼다. 이날 3년 국채선물(KTB)은 외국인이 1500억원 가량 매도하며 전일 대비 69틱 하락해 103.97로 장을 마감했다. 반빅 이상 하락한 것이다. 10년 국채선물(LKTB)은 121틱 원빅이상 빠진 111.79를 기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 수치와 더불어 내년 금리 인하설을 일축한 부분이 시장 예상보다 많이 매파적이었던 것 같다”면서 “내년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인상에 대한 힌트를 줬다기 보단 가능성을 열어둔 정도이지만 채권시장이 인하를 점쳤던 만큼 손절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금리가 더 뛴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금리 전망 바꾸는 채권시장…내년 인상 가능성도 열려

채권시장 연구원들은 당초 올해 기준금리 상단 전망치를 2.75%로 예상하던 수준에서 3.0%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 한은의 정책 전환(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본다면서 기존 전망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이후 금리 상단 전망을 2.75%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시장 내에선 내년 3.25%까지도 한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단 예상도 나오는 것 같은데 이는 수출 흐름 등 경기를 더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시장이 이 총재의 ‘매 발톱’에 상처입은 것과 달리 외환시장에선 원화 강세 재료에 큰 역할을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42.1원) 대비 6.9원 하락한 1335.2원에 마감했다. 1원 이내 약보합권에 머물던 환율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 이후 낙폭을 점차 키우더니 장중엔 1333.9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환율은 미국 통화긴축 우려 재확산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지난 23일 장중 1346.6원까지 올랐으나 전날부터 이틀 연속 하락하고 있다. 환율이 1330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22일 이후 3거래일 만이다.

환율은 이 총재가 직접적으로 원화 안정 효과와 최근의 시장 개입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적극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낙폭을 키웠다. 이창용 총재는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수준을 타깃하는 정책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고 이번 금리 결정이 최근의 원화 절하 압력을 막는데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한은 금통위가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을 줬다“면서 ”특히 이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원화 강세 재료로 소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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