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든 투자 압박에 고심하는 삼성전자…총수 부재의 딜레마

바이든, '반도체 대응 CEO 서밋'에서 투자 요청
삼성전자, 170억달러 규모 증설 여전히 확정 못해
  • 등록 2021-04-13 오후 4:51:20

    수정 2021-04-13 오후 9:24:53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우리의 경쟁력은 당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가 경제 이슈를 넘어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문제로 번진 상황에서 삼성전자(005930)는 미국의 투자 압박과 동시에 중국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샌드위치 상태에 몰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핵심 의사 결정을 해야 할 총수 부재까지 겹쳐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계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반도체 웨이퍼까지 들어보이며 강한 어조로 투자를 독려했다. 반도체를 앞세운 기술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 미국 공장 증설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투자가 미국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중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만큼 중국 역시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반도체 매출 103조원의 30%를 차지 한 최대 시장이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주요 고객사가 모여 있다. 중국도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이유로 삼성전자에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백악관 회의에,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에서는 류더인 회장이 직접 참석해 현안을 듣고 목소리를 냈지만, 삼성전자에선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했다. 임규태 조지아공대 부설 전자설계연구소 부소장은 “반도체는 이제 전략적 자원이다. 기업적 관점이 아니라 패권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현재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결정을 못 내리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지금 지지부진한 의사 결정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요는 중국이 제일 많다. 반도체 생산 관련해선 네덜란드 장비 등 미국이 용인해주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신 냉전’과 가까운 상황에서 우리 외교 정책이 어떻게 펼쳐지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진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향후 반도체가 전략적인 무기화가 됐을 때 그때 어느 편에 서 있을 지가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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