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수사를 보면서 던진 한 중소업체 사장의 말이다. 2년 전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홈쇼핑에 납품하려다 돈을 요구하는 구매담당직원간의 다툼으로 결국 납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신헌 롯데쇼핑 대표가 억대의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업계의 곪은 상처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홈쇼핑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체들 사이에 홈쇼핑의 ‘갑질’은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홈쇼핑과 업체 사이에 힘의 균형을 맞출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5일 검찰이 구속기소한 롯데홈쇼핑 이모 전 이사의 공소장에는 그간 홈쇼핑이 ‘갑’의 위치에서 ‘을’을 옥죈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전 이사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생활부문장, 방송부문장을 거쳐 제품 론칭, 방송 여부 판단, 방송 시간 편성 등의 업무를 총괄한 실세였다.
이 전 이사의 부하직원이었던 정모 구매담당직원(MD)도 5차례에 걸쳐 총 2억여원의 금품을 챙겼다. 술 접대 도중 2800만원 상당의 승용차까지 받았을 정도로 ‘을’에 대한 갑질은 뿌리 깊었다.
실제 모 업체는 홈쇼핑 납품을 줄여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매출에 타격을 받자 부랴부랴 다시 홈쇼핑 납품 비중을 높이기도 했다. 재주는 업체가 부리는데 돈은 홈쇼핑 채널이 차지하는 구조다.
이번 사태를 개인 비리로 보기 어려운 것은 홈쇼핑 업체가 갖는 우월적 지위 때문이다. 이 사건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자구적 노력으로 치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