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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김형욱 기자] 미국 정부가 7일(현지시간) 대 이란·북한 경제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2대 통신사 중싱(中興·ZTE)통신에 11억92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정부가 제재위반과 관련해 외국 기업에 부과한 벌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 도발과 그에 따른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 중국의 경제보복이 잇따르며 미·중 양국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한 ‘2차(세컨더리) 보이콧’ 칼을 빼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미칠 여파에 관심이 끌린다. 미국은 중국 스마트폰·통신장비 회사 화웨이(華爲)도 비슷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어 처벌 대상에 오를 중국 기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미 기업이 ZTE와 거래할 땐 사전 인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미 기업이 ZTE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필요 부품의 25~30%를 미국에 의존하는 ZTE로선 사실상 버틸 수 없는 압박이었다. ZTE의 최고경영자(CEO) 자오 시엔밍은 “우리가 한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ZTE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ZTE가 혐의를 인정하면서 명성에 타격을 입었지만 사업 불확실성은 해소했다”고 평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 당국은 ZTE뿐 아니라 화웨이를 비롯한 다른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가 있으리라 보고 조사 중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는 올 들어 두 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강경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내비쳐 왔다.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지난 6일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감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오히려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에 대한 실력 행사에 나섬으로써 북한은 물론 이를 비호하는 중국 정부에까지 간접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내심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대북 제재 등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