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인생이라는 마라톤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엔 부모 형제, 친인척, 선후배, 친구들과 이름은 몰라도 얼굴이 익은 동네 사람들이 있다. 산과 강이 있고 들판과 계곡, 파도가 넘치는 바다가 있다. 어릴 때 그렇게 높고 넓던 산과 강이 나중에 보면 낮고 좁게 보인다. 어린 눈에 남아 있는 고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생각만 해도 웬지 푸근하고 정이 가는 곳이다.
그런 추억이 깃든 고향을 속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테헤란로에서 한 건 하려는 사람들에겐 다반사다. 학력을 숨기는 것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영남과 호남 사람들과 사이에 숨기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왜,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는 따질 일이 아니다. 서울이 고향이라고 하면서 왜 사투리를 쓰느냐고 하면 서울이 고향인 아버님이 직장 관계로 호남에 가시게 돼 그곳서 출생, 초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사투리를 쓰게 됐다고 둘러댄다. 다른 지역 사람들도 한건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엇비슷한 방법으로 숨긴다.
고향을 왜 숨길까? 한국 성인 남자의 경우 한 다리 건너고 두세 번 질문해 보면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고향, 학교, 군대까지 등장하면 어디선가 걸린다. 상대가 누군지 금방 알게 된다. 그러니 학교와 고향, 군대, 성과 이름, 막판엔 종교까지 숨길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상대가 자신을 모르게 해야 한다. 고향이 00이라고 하면 사거리 서울약국을 아느냐고 묻게 된다. 00중학교를 졸업했냐고 묻으면 바로 몇 회 졸업생이냐 그 유명한 ‘꽁치’를 아느냐고 묻는다.
흔하지는 않지만 아버지 직업을 속이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장군의 아들이니 지난 독재정권 시절 나는 새도 떨어 뜨리는 000와 육사 동기니 하면서 군대를 많이 판다. 여성 타자들의 경우 독재정권 시절 실력자와 밝힐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여서 비밀리에 숨겨 논 자금이 많은 여자라고 알려진 사람도 있다. 그러니 이런 저런 이유로 파리 떼가 모이고 파리 떼가 모이게 되면 판이 커지면 피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기획부동산, 부실채권, 국채물납주식, 수출채권 담보 대출, 보물선 인양, 국보급 골동품 발굴, 별의별 다단계 사기행각 등등이 줄을 잇는다. 때가 때이니 이 대목에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정농단 사건의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 너무나 희한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고 의혹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니 인터넷이 올라 있는 글만 잠깐 보자.
중국전문가·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