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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박정수 기자] 국민의 노후자금 63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 인선이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목소리를 내야할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CIO 공석 사태가 이어지자 국민연금의 책임회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와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투자운용본부장를 CIO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관문에 오른 세 명 모두 자산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들 후보 가운데 적임자 1명을 선정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한 뒤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면 기금운용본부장을 선임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에 앞서 후보의 검증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조작 의혹과 삼성증권 배당오류,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처럼 굵직한 사안이 잇따르면서 국민연금으로 이목이 쏠리자 CIO 선임시기를 조율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새 CIO가 선임되자마자 굵직한 현안에 휘말려 외풍에 흔들릴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 지배구조의 운명을 가를 오는 29일 현대모비스의 주총을 앞두고 선임된다면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찬성표를 던졌다가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만큼 이번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긴 뒤 새 CIO를 선임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이 맡긴 노후자금 약 630조원을 국내·외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조직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