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대와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기획창업 나선 VC

랩지노믹스 자회사 VC 리드컴파스 김태억 대표 인터뷰
英 옥스포드대 및 獨 애보택과 함께 '옥스박스' 창업
CAR-T·NK 한계 넘는 수지상세포 이용 항암백신 개발
  • 등록 2021-04-26 오후 6:32:08

    수정 2021-04-26 오후 6:32:08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고형암(혈액암이 아닌 폐암 등 일반암)에도 효과가 좋은 면역세포치료제의 ‘끝판왕’이자 향후 10년 앞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라는 판단에서 전격 투자에 나섰습니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병리학교실 연구진과 독일의 CRO(임상시험수탁기관) 기업 에보텍(Evotech)과 손잡고 ‘수지상세포(cDC1)’를 이용해 새로운 면역항암제(항암백신)를 개발하는 ‘옥스박스’ 창업 과정에 투자한 김태억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VC)’ 대표의 말이다.

리드컴파스는 지난해 국내 분자진단 기업 랩지노믹스가 만든 바이오 전문 VC다. 기존 회사보다 향후 5년을 내다본 후 가장 유망한 분야의 기술이 있는 교수와 함께 창업(기획창업)하는 데 주로 투자한다. 미래 신약개발 트렌드에 민감한 김태억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투자 향방에 관심이 쏠렸던 곳이다.

리드컴파스의 첫 투자 분야는 최근 뜨는 면역세포치료제다. 하지만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카티(CAR-T)나 카엔케이(CAR-NK)처럼 T세포나 NK세포가 아니라 수지상세포를 이용해 고형암에도 효과가 있는 항암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백신이라는 말이 붙어있지만 코로나19 백신처럼 예방 백신은 아니고 치료제다.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라는 의미에서다. 김태억 대표는 26일 기자와 만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T세포에 공격하라는 신호를 발생해 전달해주는, T세포를 훈련시키는 ‘교관세포’가 바로 수지상세포”라며 “여러 수지상세포 가운데 cDC1을 이용해 고형암에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CAR-T나 CAR-NK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세포치료제는 기본적으로 세포를 외부에서 배양, 증식, 조작한 뒤 환자에게 주입해 병을 고치는 치료법이다. CAR-T나 CAR-NK는 환자 면역세포인 T세포나 NK세포(자연살해세포)에 특정한 하나의 암세포를 찾는 일종의 ‘눈’(암세포 특이적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 CAR를 발현시키는 유전정보)을 달아 암세포의 공격능력을 높인 항암제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가 CAR-T 치료제지만 고형암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CAR-NK는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다.

김 대표는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항암면역세포(T세포나 NK세포)를 분리추출해서 세포조작을 해야 하는데, 면역항암제가 거의 듣지 않는 차가운 암(Cold Tumor)의 환자 경우는 항암면역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CAR-T나 CAR-NK는 세포 조작을 거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할 때 특정 암세포만을 인지하기 때문에 암세포의 종류가 다양한 고형암에 대해서는 치료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항암백신은 면역세포 자체를 ‘특공대’(CAR-T, CAR-NK)로 바꾸는 게 아니라 면역세포를 훈련하는 ‘총사령부’의 면역세포 훈련 능력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옥스박스가 목표로 하는 고형암 세계시장은 2020년 기준 12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옥스박스 창업모델에도 주의를 기울여볼 만하다. 통상 국내 바이오벤처에 많은 교수 1인 창업 모델과 달리 처음부터 관련 기술을 가진 교수와 VC가 손을 잡고 회사를 세운 뒤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술 전문가와 투자·경영 전문가의 공동창업 형태로 ‘교수 나홀로 창업 모델’보다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리드컴파스가 선택한 옥스포드 대학교 윌리엄 던(William Dunn) 병리학 연구실의 폴 제이 페어차일드(Paul J Fairchild) 교수는 기증자 혈액에서 추출한 줄기 세포에서 수지상세포(cDC1)를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드컴파스와 에보텍은 각각 두자릿수 이상의 지분을 갖고 당연직 이사로 경영에 참여한다.

그는 “한건의 투자를 진행할 때 최소 6개월 이상을 투입해서 기술분석, 기술평가, 기술개발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설정 등을 대해 관련 연구자와 매주 단위 토론을 진행한다”며 “올해안에 국내에서도 차세대 모달리티(신약개발 방식) 기반의 플랫폼 기업을 창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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