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정은혜 작가 초대전 '포옹' 개막

곽재선문화재단에서 마련한 첫번째 전시
정은혜 작가 "전시회 와주셔서 감사"
어머니 장차현실 "장애 예술가에 지지와 사랑을"
이달 29일까지 아트스페이스선서 열려
  • 등록 2023-04-05 오후 5:28:53

    수정 2023-04-06 오전 9:31:46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저는 캐리커처를 그리는 작가 정은혜이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영옥(한지민)이의 쌍둥이 언니 영희입니다. 제 전시회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발달장애 화가인 정은혜(33) 작가가 또박또박 인사말을 건네자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5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열린 ‘정은혜 초대전 포옹’ 개막식에서다. 정 작가는 캐리커처 작가 겸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린 캐리커처 작품만 4000여점이 넘는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인기 작가다.

이번 초대전은 새롭게 출범한 곽재선문화재단에서 마련한 첫번째 전시다. 2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개막식에서 만난 정 작가는 “곽재선문화재단에서 나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만화가인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는 “오늘 여기 와서 보니 은혜는 엄마의 사랑 속에서 자라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사랑 속에서 성장하는 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은혜뿐 아니라 예술을 하고 있는 많은 발달장애인 예술가에 대한 지지와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정은혜(왼쪽) 작가가 5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개막식에서 곽재선 곽재선문화재단 이사장에게 곽 이사장을 그린 캐리커처를 선물한 뒤 서로 ‘포옹’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니 얼굴 은혜씨’ 등 60여점 한자리에

정 작가는 2013년부터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술학원에서 청소일을 돕다가 자연스레 그림을 배우게 됐다. 생후 3개월에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고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이 없지만, 어머니는 단번에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4살 때부터다. 경기 양평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 얼굴’이라는 이름으로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드라마 출연 이후로는 인기가 많아져 캐리커처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정 작가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60여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따뜻함, 사랑, 우정 그 안에서 사람들을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한 작품들이다. 첫 작품인 ‘향수 푸는 외국모델’(2013)을 비롯해 가장 많이 알려진 자화상 ‘니 얼굴 은혜씨’(2019), 어머니를 그린 ‘엄마 장차현실’(2018) 등을 볼 수 있다. 그의 얼굴에 비친 주변의 인물과 동물들을 알록달록 예쁜 색감에 담아낸 것이 특징. 전시명 ‘포옹’처럼 서로 보듬어 안은 모습을 담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정 작가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그 사람과 연상되는 꽃이나 과일 등을 배경으로 그린다. ‘니 얼굴 은혜씨’는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배경도 줄무늬로 칠했다. 정 작가는 “‘니 얼굴 은혜씨’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고 나를 그린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장애예술인 입주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그린 것”이라며 “채색 작품으로는 첫 작품이라 의미가 있다”고 설명을 보탰다.

반려견을 그린 ‘귀염둥이 지로’와 ‘아기 지로’는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20살이 된 이후 딱히 나갈 데가 없어서 집에만 있던 은혜 작가의 곁에 있어준 것이 지로라고 했다. 정 작가는 “지로가 지금은 9살인데 귀도 길어지고 꼬리도 길어졌다”며 “처음 본 사람들은 무서워하고 나만 좋아한다”고 말했다.

함께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한지민(‘나의 이란성 쌍둥이 친언니’, ‘여신 지민언니’)과 김우빈(‘상속자들 우빈오빠와 왕팬’)을 그린 작품도 있다. 정 작가는 “드라마 출연 이후 유명해져서 힘들기도 한데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차현실 작가는 “은혜가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어보면 헤어지는 장면을 제일 많이 이야기한다”며 “은혜에게는 헤어져야만 하는 슬픈 느낌이 가장 크게 남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곽재선 곽재선문화재단 이사장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곽 이사장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이 자리에 선 정은혜 작가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전시가 끝나는 날까지 많은 분들이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포옹’이라는 글자에 획 하나를 더 그으면 ‘포용’이 된다”며 “서로 몸으로 안아주는 포옹과 더불어 마음도 안아주는 ‘포용’을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 전 대표는 “발달장애인보다 작가와 화가에 더 방점이 찍히는 정은혜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정 작가의 작품이 아트바젤과 같은 더 큰 미술시장에도 출품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은혜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아트스페에스선에서 열린 정은혜 작가 초대전 ‘포옹’ 오프닝 리셉션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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