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싼 게 더 잘 팔린다"..골프웨어 메카 청담·도산 가보니

<판 커진 고가 골프의류시장>①
PXG·지포어 등 사이즈 재고 없어 따로 주문해야
젊은 층 사이에서 고가 브랜드 선호 현상 뚜렷
골프웨어 '원단·패턴 개발비' 일반 옷 대비 높아
전문가들, 고가 중가대 브랜드별 기능성 차이 '미미'
결국 디자인·브랜드 차이..가격 상향 평준화 추...
  • 등록 2022-03-16 오후 4:00:00

    수정 2022-03-16 오후 9:08:23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올해 신상은 입고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인기 사이즈는 다 나갔어요. 매장에 재고가 없어 구매하려면 따로 주문해야 합니다.”

▲타이틀리스트 청담점. (사진=백주아 기자)
16일 방문한 청담 타이틀리스트 매장. 올해 신상 화이트 색상 바람막이는 스몰(S) 사이즈 제품이 딱 하나 남아 있었다. 폴리에스테르 원단에 열을 가해 크리즈(주름) 가공한 옷은 입었을 때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편했지만 가격은 67만8000원으로 웬만한 월급쟁이가 일시불로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이날 방문한 도산공원 PXG 매장도 상황은 같았다. ‘여름 밀리터리 슬리브 반팔 티셔츠’ S 사이즈 제품은 물량이 없어 따로 주문을 넣어야 했다. 땀과 수분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하는 이른바 ‘흡한속건’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티셔츠 가격은 31만9000원으로 보통 운동복 반팔 티셔츠 가격의 2~3배가 넘는 고가지만 계절 맞이 수요에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지포어도 봄 신상 티셔츠의 S 사이즈 제품은 주문을 해야 구매가 가능했다.

▲마크 앤 로나 도산공원점. 마크 앤 로나의 니트류 가격은 60~90만원대에 형성돼있었다. (사진=백주아 기자)
최근 골프 웨어 시장에서 ‘비싼 게 싼 거보다 더 잘 팔린다’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고가 의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특히 젊은 골퍼들은 중저가 브랜드보다 고가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 샤넬 등 명품 구매에 쉽게 지갑을 여는 것처럼 골프복에서도 ‘과시 소비’ 또는 ‘보복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실제 고가 브랜드의 리더 격인 PXG의 매출은 지난 2019년 431억원에서 2020년 710억원으로 64.7%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1090억원으로 2년새 매출이 153% 가까이 뛰었다. 주 구매 고객층은 구매력이 높은 40대 (41.2%)가 가장 많지만 30대(29.5%)가 바로 뒤를 이었다. MZ세대로 볼 수 있는 20대 후~30대 초반 연령대의 고객층은 약 17.4%로 나타났다.

골프복이 다른 스포츠 의류에 비해 비싼 건 기능성 측면이 크다. 골프가 극도로 예민한 스포츠인만큼 원단과 패턴 개발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다른 스포츠 기능성 의류와 가격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타이틀리스트는 실제 프로 투어선수들에게 프로토타입 어패럴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이 투어현장에서 느낀점을 제품에 반영하고 기능, 패턴, 디자인, 소재 등에 연구에 집중한다. 기초 자료 조사부터 플래닝, 디자인, 샘플링, 오더, 마케팅, 선수지원 모든 제작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그럼에도 골프에 최적화한 옷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생산 물량 차이도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 스포츠웨어가 기본 만 장 단위로 대량 주문 제작이 들어간다면 보통 골프 웨어는 천 장 단위로 발주를 한다. 재고를 쌓지 않도록 생산량을 조절하다 보니 생산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기업 MD는 “통상 브랜드는 원가에 4~6배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하는데 골프 옷에 들어가는 원단은 다른 스포츠 의류 원단과 소재부터 다르고 복잡한 패턴이 들어가다보니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회사는 원단과 패턴 연구개발(R&D)에 많은 비용을 쓰지만 최근 디자인만 강조하면서 우후죽순 생기는 신규 브랜드들은 가격 거품이 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연 필립플레인. 피케 티셔츠 35~70만원대, 팬츠는 40~70만원대, 아우터 65~90만원대, 클럽백 180~200만원대의 고가 브랜드지만 오픈 첫 날부터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하는 소비자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백주아 기자)
다만 골프 전문가들은 고가와 중가 의류 브랜드의 기능성 차이는 특별히 느끼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고가 브랜드가 저가 브랜드보다 좋은 원단을 사용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요즘 골프복 트렌드 자체가 기능성은 기본으로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식으로 가는 만큼 가격 차이는 결국 브랜드 차이라는 설명이다.

김동현 미국프로골프(PGA) 프로는 “여러 브랜드를 경험해봤지만 중가 브랜드를 입는다고 스윙에 크게 영향을 받는 측면은 없고 기능성 측면에서도 고가와 특별한 차이를 느끼긴 어려웠다”며 “아무리 좋은 원단을 쓴다 해도 결국은 브랜드 차이고 디자인, 유통, 마케팅 비용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0년의 구력을 자랑하는 정성현 프로도 “고가의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의 경우 소재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기도 하지만 선수가 아닌 이상 예민하게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며 “좋은 브랜드를 입고 필드 나갔을 때 느끼는 기분과 만족감이 다른 정도”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각자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한다. 유행이나 트렌드도 따라가지만 각각의 브랜드의 정체성과 지향하는 바가 다른 만큼 나에게 잘 어울리는 브랜드를 찾아가는 식이다.

10년차 골퍼인 회사원 정 모씨는 “입기 전 보는 것만으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입어보면 핏감이나 디테일 차이가 크다. 타이틀리스트가 히트를 쳤을 때 캘러웨이나 풋조이 등 아래 브랜드들이 비슷한 느낌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심플해진 느낌”이라며 “골프 대중화가 되면서 기존 골프 치던 멋쟁이들은 타이틀리스트나 PXG 등 입었지만 너무 흔해지다보니 희소성 있는 브랜드로 갈아타는 추세로 감각있는 골퍼가 풋조이 대신 람다, 헬베스코를 신는 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골프 수요가 높아지면서 당분간 골프 의류 가격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골프 업계 관계자는 “골프가 대중화하고 있지만 스포츠 자체의 기존 프리미엄이 있다 보니 브랜드별 의류 가격이 상향 평준화하는 추세”라며 “각각의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표나 타깃 고객이 다른긴 하지만 골프웨어 시장에 플레이어가 급증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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