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심복합사업 동의율 기준 오락가락..관리 부실한 국토부

[2021 국감]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가산역세권, 도심복합사업 동의서 안냈는데 일단 10%로 등재
타 구역과 다른 기준 적용해 사업 동의율 낮아져
후보지 선정 남발로 우선순위 밀리면서 관리 안돼
“찬성 쪽은 희망고문 당해서, 반대 쪽은 거래 막혀서 고통”
  • 등록 2021-10-06 오후 5:53:22

    수정 2021-10-06 오후 9:33:15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인 가산역세권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사업 찬성 동의율을 임의로 산정해 발표한 사실이 확인됐다. 나아가 일부 후보지에서는 부실 동의서를 인정해준 반면 특정 후보지에서 이를 모두 제외하는 등 동의율 집계 기준도 중구난방으로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과도한 후보지를 남발하면서 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을 방문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가산역세권, 동의서 제출 전 찬성 동의율 10% 구역으로 등재

6일 이데일리 취재 및 김은혜 의원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세권 주민들은 사전청약 확대 방안이 발표된 지난 8월 25일 오후 2시께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도권 본부를 찾아 사업 찬성 동의서를 제출했다. 가산역세권 인근 주민 동의서가 공식 접수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금천구청은 동의서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도심복합사업 주민 동의율 10% 이상을 충족한 후보지 명단에 가산역세권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이날 오전 11시 공표했다. 주민들로부터 사업 동의서가 접수되기도 전에 이 후보지 동의율을 임의로 10%대로 산정한 뒤 발표부터 먼저 한 것이다. 당시 주민들이 제출했던 동의서는 토지 소유주 37%에 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 후보지에는 검수 과정에서 다른 후보지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찬성 동의율을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LH에 따르면 가산역세권 주민들이 낸 찬성 동의서에서 이름 오탈자 등 다른 후보지에서도 제외하는 경우를 빼면 일반적으로 사업 추진 의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동의율은 30%대 초반이다. 하지만 LH는 지장 날인 대신 인감을 찍거나 자필 서명한 경우 등까지 제외한 뒤 이 후보지 찬성 동의율을 12%로 집계했다.

반면 부천 중동역 동·서측의 경우 여당 시의원까지 나서 주민 측에 신분증 첨부도 필요 없다고 안내한 뒤 동의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실 동의서 논란이 잇따르자 국토부가 추후 동의서를 새로 받겠다고 예고했지만, 토지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해 이미 지구지정 요건을 충족한 은평구 증산4구역, 도봉구 방학역 등은 기존에 받은 동의서를 토대로 한 사업 동의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는 과정 속에서 변동 사항이 많다 보니 후보지별 동의서 인정 기준에 차이가 생긴 것”이라며 “가산역세권에서는 동의서가 늦게 제출된 탓에 다른 후보지들보다 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게 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국토부)


LH, 과도한 후보지 지정에 과부하 걸렸나

추후 법적 분쟁 방지를 위해 동의서를 다시 받는다곤 하지만, 이 동의서로 집계한 동의율을 바탕으로 우선순위가 매겨져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가산역세권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동의서를 제출한 한 주민은 “다른 후보지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사업 찬성 동의율을 낮추면 사업 실현 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것 아니냐”며 “희망고문 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 사이에선 과도한 후보지 지정으로 인해 LH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까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50여곳 중에서 공식 사업시행자가 지정된 곳은 없다. LH는 사업시행자가 아님에도 정부가 발표하는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에 대한 주민설명회와 사업성 분석 등을 거의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도시공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있으나, 서울의 경우 모두 LH가 진행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생색내기용 물량 확보를 위해 제대로 관리도 못할 후보지를 남발하면서 찬성 측도, 반대 측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후보지로 지정된 후 현금청산 가능성으로 인해 거래가 얼어붙는 등 재산권에 피해를 보는 반면, 찬성 측 주민들은 동의율이 높게 집계된 후보지 주민이 아닌 이상 희망고문 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의원은 “국토부가 정책 포장에 열을 올리는 사이 재산권이 걸린 주민들의 피해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찬성을 축소시키는 문제뿐 아니라 찬성을 부풀리는 엉터리 집계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허울뿐인 동의 과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송 등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것이 자명한 만큼 국토부와 지자체의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주민동의 수렴과정이 수반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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