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Z세대에 남긴 불편한 유산 '콜포비아' 극복법은?[이슈 산책]

코로나19 엔데믹化에 빠르게 대면 시대 전환… Z세대 근심↑
모바일 소통 익숙한 Z세대, 코로나19 국면서 직장 생활 시작하며 '콜포비아' 심화
10명 중 3명 '콜포비아'..."유선전화 사용 경험 無...코로나19로 콜포비아 더욱 악화"
"사회화 훈련 관점으로 접근해야"..."가까운 사람부터 대화 횟수 늘려야"
  • 등록 2023-05-11 오후 5:14:32

    수정 2023-05-11 오후 5:14:32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정부가 11일,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조직 사회의 막내 격인 Z세대들의 콜포비아(Call phobia·전화 통화에 대한 공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자 메시지에 익숙한 모바일 세대인 이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콜포비아가 심화된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교육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 재택근무 때 입사...대면 전환에 전화 통화 ‘진땀’

2년차 회사원 박모 씨(28)는 요즘 부쩍 전화 받기가 두렵다. 팀에서 막내인 박 씨다 보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렇다 보니 팀으로 걸려 오는 전화가 그의 차지가 되는 경우가 잦은데, 전화 벨이 울리면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소속을 밝히고 나면 그 다음부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아서다. 긴장하다 보니 발음도 꼬이고 중언부언하게 되며, 상대가 ‘이런 날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하다 보니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일쑤다. ‘예고 없음’은 그의 두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런 일이 두세 번 반복되다 보니 이젠 가능하면 전화를 피하고만 싶다.

이처럼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들의 전화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인 콜포비아가 그들의 사회생활 장애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문자 메시지를 통한 소통에 익숙한 이들 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코로나19라는 ‘비대면’ 상황이었다 보니 이 같은 콜포비아로 인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실제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해 9월 콜포비아와 관련 MZ세대 27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9.9%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는 응답자의 61.4%가 문자나 SNS 같은 텍스트를 꼽았다. 반면 ‘전화 소통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8.1%에 불과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로 불리는 Z세대들은 대면보다는 비대면, 전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하는 방식에 익숙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된다. 다행히(?) 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때는 2020년 전후로 이때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시기였다. 그들이 약점일 수 있는 전화 통화에 노출되는 빈도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삶의 방식이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급속히 전환되자 그들의 콜포비아가 본격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제한된 인간관계만 맺은 Z세대, 대면 접촉 의도적으로 늘려야”

전문가들은 개인화된 비대면 환경에서 자라 온 Z세대들에게 낯선 사람들과의 전화 통화는 두려움일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의 대표 원장인 나해란 원장은 “요즘 세대들은 집에 유선 전화가 사라진 시절에 태어나 공용 전화 사용 경험이 없고, 개인 휴대폰으로 카카오톡이든 전화든 선택적으로 응대한 경험밖에 없다”며 “개별화된 맞춤형 상황에서 제한적인 인간관계만 맺어 온 이들에게 조직을 대리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일은 익숙지 않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긴장도나 불안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도 “SNS나 문자 등 모바일을 통해 모든 소통을 하는 세대다 보니 전화 통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황이 3년 간이나 지속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힘들어졌고 그런 점이 콜포비아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교육과 연습만이 Z세대들이 콜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 원장은 “콜포비아는 주로 사회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전화 응대 매뉴얼 같은 것을 마련해 전화 통화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사회화 훈련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임 교수도 “Z세대들을 보면 ‘면 대 면(face to face)’ 인간관계와 대화가 어색한데다 문장보다는 단어 위주의 소통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휘력과 문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현상이 더욱 심화됐는데 모든 공포증이 그렇듯 힘들고 두렵더라도 가까운 사람들부터 대화의 횟수를 늘려 가는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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