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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육성 외치지만…먼지 가득한 지하 국가연구실

가건물 지하연구실엔 먼지 수북…무관한 장비 뒤엉켜
재료연구소 院 승격 법안 정쟁 탓 '낮잠'…지자체 부지 제공에도 예산 미책정
  • 등록 2019-12-17 오후 4:46:39

    수정 2019-12-17 오후 5:41:54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우리나라가 비디오테이프레코더(VTR) 헤드드럼 자체 개발에 성공하자 일본이 가격을 1000엔에서 100엔으로 급히 내렸습니다”

재료연구소 지하연구실 모습. 사진=이연호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한 곳인 재료연구소의 이정환 소장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자립화 중요성을 강조하며 꺼낸 얘기다. 이 소장은 지난 1985년 VTR 헤드드럼 개발을 이끌었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정부가 소·부·장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연구 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과기정통부는 소·부·장 관련 12개의 국가연구실과 6개의 국가연구시설을 지정했지만 정작 국가연구실의 연구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가건물의 연구실엔 먼지가 가득해 합선 등 안전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고 연구원들은 호흡기 질환을 항상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재료연구소의 지하연구실 실상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재료연구소의 2개 연구실은 이번 국가연구실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열악한 연구환경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과기정통부는 10월에서야 산하 25개 출연연 지하연구실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재료연구소 22개를 비롯해 15개 기관에 225개의 지하연구실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연구실 중 약 100개는 재료연구소처럼 공간 부족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지하연구실을 갖게 된 경우다. 지하연구실 폐쇄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산 소요 현황마저 파악이 안 된 상태다.

연구 인프라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역량 효율화를 위해 필요한 재료연구소 독립법인화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미쟁점 법안인데도 여야 정쟁에 매몰돼 재료연구소 등의 원 승격을 담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한 과학계 원로 인사는 “소·부·장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며 “정부는 일회성의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산부터 충분히 확보하고 연구환경 인프라 개선부터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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