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결정, 라이나생명 '뒤숭숭'…직원들 "비대위 만들자"

"알짜 회사로 키운 공로가 큰데"..직원들 배신감↑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 ↑, 위로금 요구안도 나와
  • 등록 2021-10-14 오후 4:28:54

    수정 2021-10-14 오후 8:18:2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미국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을 처브그룹에 매각키로 결정하면서 라이나생명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라이나생명을 국내 알짜보험사로 키웠는데 그 과실을 모회사인 시그나그룹이 가져갔다는 배신감이다. 라이나생명 직원들은 고용승계 보장은 물론 위로금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노동조합 설립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블라인드 등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라이나생명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는 모회사였던 시그나그룹에 대한 분노다.

익명을 요구한 라이나생명 직원 중 한 사람은 “그동안 라이나를 키워온 공헌을 무시당했다는 여론이 크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으면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직원은 “디지털 자회사를 만든다면서 뒤로는 엑시트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블라인드에서는 이미 노조 결성에 대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라이나생명 직원이 제공한 블라인드 캡처 화면을 보면 ‘직원협의회 규모부터 키우는 것을 제안해야 한다’, ‘임원과 인사, 홍보, 법무 등을 포함하는 비대위를 만드는 걸 추천한다’, ‘배신자에게 최대한 공헌을 인정받고 얻어낼 것을 얻어내자’는 의견 등이 개진되고 있다.

일부 직원은 ‘파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을 아무리 만만하게 봐도 무성의한 것에 화가 난다’고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매각 과정에 있어 직원들이 위로금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국내 기업 간 M&A 과정에서 인수사가 피인수사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코닝정밀소재나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이 한화그룹에 인수될 때 이들 업체 직원들은 1인당 4000만원 이상의 위로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됐던 오비맥주도 직원 1인당 5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받았다.

매각 기업에 위로금 지급 사례 (자료 : 보험업계)
다만 위로금이 실제 지급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해외 본사가 주도로 매각을 진행하면서 위로금을 지급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라이나생명 직원협의회 소속이라고 밝힌 직원은 블라인드에서 “위로금과 관련한 직원들의 의견을 회사측에 전달하고 협의하겠다”면서 “노조 추진 여부와 별개로 미국발 매각 충격과 관련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겠다”고 전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노조 추진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최근의 분위기가 쉽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우려했다.

한편 라이나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중에서도 알짜 회사로 통한다. 보유 자산 대비 수익률이 상위권이다.

2020년 기준 총자산수익률(ROA)는 7.27%로 생보사 중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푸르덴셜생명이 1.03%, 다른 생보사들의 ROA 평균이 0.36%란 점을 고려하면 독보적이다.

지난해 라이나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527억원으로 삼성생명(9288억원), 교보생명(3829억원)에 이어 3위다. 텔레마케팅(TM) 위주의 판매 조직을 유지하면서 인건비나 설계사 수수료 지출을 줄인 덕분이다. 상품 판매도 온라인이나 텔레마케팅, TV홈쇼핑 등으로 팔기 좋은 보장성 보험 위주로 구성했다.

그러나 국내 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생명보험 업계 업황이 전체적으로 악화됐다. 이에 따라 성장성의 한계를 감지한 시그나그룹이 국내 사업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7개국 내 보험 IM(International Market) 전체를 블록딜을 통해 처브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시그나그룹의 7개국 보험사업은 한국,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사업부와 터키합작 회사 등이다. 매각 금액은 57억5000만 달러(한화 약 6조86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협상을 통해 최종 가격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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